김종배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몇 년동안 신용카드 산업의 주요 갈등거리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빼놓고 말하기는 힘들다. 주지하다시피 신용카드 수수료는 가맹점이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대가로 카드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신용카드사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수수료율의 높낮이에 따라 신용카드사, 가맹점의 희비는 크게 엇갈리기에 이에 대한 입장 차이는 첨예하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사람, 집단, 기업, 국가간에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오랜 기간 관심을 가져왔다. 대표적인 갈등 관리방식으로는 대면형(상호간 합의된 해결책의 도출을 위해 대면하는 협력적 방식), 주고받기형(상호간의 균형적 양보를 통해 동의할 수 있는 타협안의 도출), 철회형(갈등을 일으키는 이슈, 대상 등의 회피 또는 철회), 완화형(이견의 최소화 또는 중간 지점의 피상적 선택), 강압형(힘이 강한 어느 쪽의 주장 관철)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신용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이해당사자간의 해결을 모색하는 것도 바람직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재 일어나는 신용카드수수료에 대한 갈등은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첫째, 갈등을 미시적으로만 보지 말고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불결제와 관련된 기술과 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민감한 편이다. 따라서 작은 다툼에만 시야가 좁아지면 보다 큰 변화와 위협을 간과할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 신용카드 생태계 전반의 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신용카드사, 가맹점(대기업/중소기업/영세사업자), 밴(VAN)사, 정부(세입), 카드회원의 균형적 이익을 고려하고 이들간의 선순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과학적, 객관적 방법이 최대한 동원돼야 한다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좀 더 추가하고 싶은 사항은 이러한 노력과 함께 그동안 언급은 회피해왔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성적 요인들(예: 정치적 셈법, 강자의 논리 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여건도 고려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다른 문제의 해결에서 흔히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성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해당사자의 마음까지도 헤아려주는 감성적 접근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넷째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치와 제도가 초기에 현명하게 마련됐다면 갈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대폭 줄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수시로 바꾸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욱 꼬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까지 악화될 수도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갈등을 매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기존에 하던 방식과 관점에서 조금은 탈피할 필요가 있다. "평화란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리는 선물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 나누는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좀 더 넓고 긴 시각을 가지고 좀 더 따뜻하고 포용력을 가진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배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