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패스트트랙, 정당성 잃어버려"

"수권정당은 국민 다수 지지 필수, 혁신해야"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하구을·사진)은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는 이날 24.2%의 득표율로 최고위원 경선 1위를 기록했다.

4선 의원이지만 민주당 소속 비주류로 3선을 지냈다는 점, 한국당을 택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이례적이다.

새 지도부 출범 후 행보는 더 눈에 띈다. '5.18 망언' 논란 의원들에 대한 조속한 징계를 계속 주장하는 등 지금은 자취를 찾기 힘든 옛 쇄신파의 역할을 대신 하는 모습이다.

19일 만난 조 최고위원은 현 집권세력에 대해 "친문세력의 독단적인 모습이 집권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며 "한국당을 제대로 혁신해 대안·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주면 장관후보자들 청문회가 열린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이번 정부는 인사가 '망사(亡事)'인 것 같다. 청와대가 임용배제 기준이라고 내세웠던 '7대 비리'는 다시 거론하기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이번에는 7명 후보자 중 4명이 다주택 보유자로 부동산 전문가 뺨치는 투자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투자로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농지매입 조건을 맞추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등 투자기법도 다양하다.

과연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집권세력이 된 옛 친정을 밖에서 보니 어떤가.

친문세력의 독단적인 행보가 야당일 때나 정부여당이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안보·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스러운 국정운영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친문 인사들에 둘러싸여서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 것 같다.

■여야4당의 선거제 패스트트랙이 기로에 섰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물론, 각 당내 반발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이미 정당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여당과 정부의 행태가 닮은꼴이다. 정부도 최저임금, 대북관계 속도전으로 일종의 '패스트트랙' 전략을 펴다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양쪽 다 마찬가지다.

■최고득표 최고위원이 됐다.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한국당 온지 3년 남짓 됐지만 민주당 출신 최초 영남3선이라는 점, 만 51세의 젊은 패기와 4선 의원이라는 경륜을 함께 갖췄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당의 승리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녹아 있는 것 같다. 당원들이 저같은 사람에게 기회를 줬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본다.

■최고위원으로서 하고 싶은 정치는 어떤 것인가.

먼저 혁신을 통한 당의 이미지 변신이다. 한국당이 기존 낡은 정당의 틀을 깨고 진정으로 변화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수 있다고 자신한다. 우리는 오는 2020년 총선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당의 혁신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새로운 당 지도부로서의 저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다.

■당 지도부 및 원내지도부의 행보를 지켜보는 소감은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잘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물론 정부여당이 제1야당을 자극하고 과잉반응하면서 자책점을 쌓고 있는 면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대북, 미세먼지, 비례대표 폐지 등 현안에 대응하는 새 지도부의 대국민 메시지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도부의 말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이해하지만 과잉해석되는 면이 적지 않다.

일단 민주당이 야당시절 보였던 행태들에 비하면 지금 우리당은 점잖은 수준이다. 적어도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은 더 하고 있지 않나.

■'5.18 망언' 논란 의원 징계가 지연되고 있다.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당이 이 사안을 유야무야하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고, 당사자 의원들의 향후 의정활동에 꼬리표가 따라다니지 않게 할 방법이다.

■'아웃사이더'라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윈스턴 처칠은 노동당과 보수당을 6번 오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수상이 되고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남았다. 당리당략, 계파정치에 빠지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권정당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가 필수다. 기존의 보수만으로는 어렵다. 훨씬 다수의 국민 마음을 움직이려면 지금까지의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다.

[정치, 정치人 연재 기사]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