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김학의 수사 반발하다 '반개혁' 낙인 우려

중도층 지지율 하락, 홍준표 "국민에 잘못각인"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불붙은 장자연·김학의 사건 조사에 반발하다가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 찍힐 위기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속칭 개혁법안에 대한 반대도 한국당의 '반개혁 이미지'를 거들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만든 '개혁 대 반개혁' 프레임에 한국당이 걸려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늘은 서해수호의 날"│제2연평해전(2002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이상 2010년)로 희생된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는 제4회 서해수호의 날인 22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한 의원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 후 그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함께 불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문 대통령은 18일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과 관련 "검찰과 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이들 사건은 권력기관과 보수언론 등 특권층이 연루된 정황이 나타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국민의 67.0%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적절했다"고 답했다. "야당대표 탄압을 위한 것이므로 부적절하다"는 답은 24.7%(리얼미터, 20일 조사, 전국 502명 대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그쳤다. 국민적 공분의 강도가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문 대통령 지시를 '야당대표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9일 "문 대통령이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다시 적폐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은) 특별한 성과가 없어 외유성 순방 얘기까지 나오는데 국민이 미세먼지와 민생으로 고통받고 있었으면 이런 언급을 해야지 민생 외면 수사지시를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장자연·김학의 사건 수사에 맞서 황운하·드루킹 특검법을 내놓기로 했다. 국민은 장자연·김학의 사건에 특권층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데, 한국당은 조사를 막으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같은 '개혁 대 반개혁' 전선은 국회에서도 그려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을 추진하면서 이를 개혁입법으로 홍보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한 선거법 개정안은 거대양당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개혁법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대한민국을 흔드는 김학의 사건을 보면 왜 공수처가 필요한지 단적인 예로 보여주고 있다"며 공수처법에 개혁성을 의미부여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또다시 '반개혁 이미지'를 덮어쓸 위기다. 기득권을 지키거나 기득권을 보호해주기 위해 개혁입법을 저지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다.

여권이 만든 '개혁 대 반개혁 프레임'에 한국당이 걸려든 국면은 여론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지난주보다 3.0%p 오른 47.9%(리얼미터, 18∼20일 조사, 1509명 대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기록했다. 중도층(43.5%→50.8%)에서 많이 올랐다. 리얼미터는 "정부·여당과 보수야당 간 개혁을 둘러싼 대립선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지난주보다 0.2%p 오른 31.9%를 기록했다. 보수층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중도층에서는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반개혁 이미지를 덮어쓴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전 대표도 한국당이 '반개혁 수렁'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홍 전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김학의·장자연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마치 그들을 옹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영화 내부자들의 어느 장면을 국민들에게 잘못 각인시키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라고 밝혔다.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을 주문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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