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국회의원·주민 "투자유치 방해 우려"

경제자유구역 땅을 팔 때 지방의회 동의를 구하는 게 정말 위법한 일일까?

인천시의회가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일부를 개정하려 하자 인천경제청은 물론 정치권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주민들은 개발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대규모 집회까지 열 기세다. 이 조례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땅을 조성원가 이하로 팔거나 민간사업자에게 개발권을 넘겨줄 경우 시의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내일신문 3월 21일자 6면 참조>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성명을 내고 "인천경제자유구역 부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매각하는 경우 시의회 동의를 받게 한 인천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이 조례 개정을 반대하며 내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2007년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지만 2009년 대법원이 경제자유구역법을 위반한다고 판결해 조례를 폐기했었다"며 "국내 7곳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개발은 국가위임사무인데, 국가사무에 대해 지방의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건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이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자 유치나 개발사업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송도 주민들은 이번 조례 개정으로 송도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까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며 "(조례 개정안이) 불법적이고 민심에도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주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일부 주민들은 시의회의 조례 개정을 추진한 시의원들에게 수십통의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또 시의회가 조례 개정을 강행하려 하자 23일 대규모 항의집회도 열기로 했다.

인천경제청도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21일부터 본부장 4명을 모두 시의회에 보내 조례 추진을 취소하도록 설득했다. 인천경제청은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을 유치할 때 시의회에서 공론화한다면 비밀과 보안 유지가 어렵다.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인천시의회는 조례 개정을 강행할 분위기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강원모 시의원은 "조례 개정에 나선 이유는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져온 경제자유구역 특혜 논란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감시 기능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사전 법률검토에서도 조례 개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사전 동의를 구할 대상은 토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팔거나 민간업체에 지나친 특혜를 주는 사업에 극히 한정돼 있다"며 "시의회가 이마저도 못한다면 오히려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의회는 18일 해당 상임위인 산업경제위원회에서 이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9일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 조례 개정안에는 전체 시의원 37명 중 26명이 공동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사후 동의라도 의무화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시의원은 "사전 동의가 위법 소지가 있다면 이는 법률검토를 더 거친 후 결정하고, 대신 시의회에 사후 동의를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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