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단체장들 박원순체제 정치행보 비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의 행보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시도지사협의회가 설립목적과 달리 민감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입장표명에 서명동참을 요구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시도지사들은 최근 5.18민주화 운동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불구속 재판 탄원서를 잇따라 발표했으나 권 시장과 이철우 지사는 모두 빠졌다.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성명서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김경수 경남도지사 불구속 재판 탄원서에는 빠졌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일부 국회의원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과 관련 '올바른 인식과 가치실현을 위한 입장문'을 냈다. 당초 입장문은 "1997년 5월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돼 이에 대한 폄훼나 왜곡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행위를 배격하며 역사적 가치가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었다. 권시장과 이지사도 이 입장문에는 다른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과 뜻을 함께 했다.

그러나 협의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변경된 입장문에는 권시장과 이지사는 이름을 뺐다. 바뀐 입장문에는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제정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는 동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선출직 정치인으로 정치적인 민감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수는 있지만 시도지사협의회에 소속된 선출직 공직자로서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치문제에 공개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고 협의회 본래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불구속재판을 요청하는 탄원서도 논란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 오거돈 부산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등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 13명은 지난 17일 '김경수 도지사의 불구속 재판을 간곡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발표하고 18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에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는 물론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사법부의 재판에 압력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보여서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며 "박원순 시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협의회 설립목적과 무관한 정치사안에 대한 입장표명이 잦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시도협의회는 17개 시도 상호간의 교류·협력 증진, 지자체의 공동문제 협의, 지자체의 국제화 관련 업무지원 등을 통해 균형발전과 지방자치의 건전한 육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법 165조에 따라 지난 2005년 4월 설립됐다.

현재 협의회 회원 가운데 민주당 소속 단체장은 14명이다. 박원순서울시장은 지난해 8월 회장에 선출됐다. 부회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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