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0.25%로 낮춰 … 인하폭 낮지만 자본시장 과세선진화에 물꼬 터

증권거래세가 23년 만에 인하된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자금의 원활한 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증권거래세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또 손익통산, 손실이월공제 등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증권가는 증권거래세 인하폭이 낮지만 예상보다 빠른 조치로 자본시장 과세 선진화에 물꼬를 텄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손익통산, 손실이월공제 주목 =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21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증권거래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혁신금융 비전' 발표를 환영한다"며 "인하폭은 작지만 거래세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는 자본시장 선진화에 큰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권 회장은 특히 "정부가 거래세 인하와 함께 펀드와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 손실이월공제, 장기투자세제지원 등 전반적인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내놓은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금투협과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에 발표된 혁신방안의 조속한 실행을 위해 관련 연구용역과 TF에 필요한 모든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와 금융투자 상품 간 손익통산·손실이월·장기투자 세제지원, 코스닥 상장 문턱 완화 등을 포함한 관계부처 합동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내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장주식의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3%에서 0.25%로, 비상장주식은 0.5%에서 0.45%로 각각 0.05%p씩 내리고, 코넥스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는 0.3%에서 0.1%로 0.2%p 인하된다. 올 상반기 중 시행령이 개정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또는 해외주식 어느 하나에서 투자손실이 발생할 경우 연간 단위 손익통산이 허용될 방침이다.

◆1.4조원의 세수 감소 예상 = 증권가는 혁신금융의 큰 방향이 시장 친화적으로 잡혔고 추가 정책이 예고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세 인하가나 자본시장 과세체계 선진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약1.4조원의 세수 감소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거래세 단계적 인하가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거래세 인하 조치는 기존에 논의되던 완전 폐지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일단 인하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완전 폐지를 할 경우 세수 부족으로 양도소득세가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단계적인 인하가 더욱 적절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또 "이번 혁신금융 추진방향이 증시로 신규 자금이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길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 인하는 이번을 계기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양도세 도입까지의 공백기간 동안은 거래세 인하의 효과가 커진다"며 "거래세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증권사들의 자본 효율성 제고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올 상반기 증권거래세율 인하가 시행되는 반면,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예상되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은 내년에 마련되는 점에서 단기 거래대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여주기 식 정책' 비판도 나와 = 한편 증권가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의 인하폭이 너무 낮다며 생색만 내려고 하는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투자자들이 요구했던 증권거래세 폐지와 비교하면 실망감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소폭의 거래세 인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양도소득세가 강화되면 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하 폭이 작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양도세 등 세제의 중장기 방향, 체계가 어떻게 될지가 중요한데 이 부분은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넘어야 할 산들이 있어 소폭의 거래세 인하만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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