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재판

타머 전 사장, 버티기

배출가스 인증서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사장이 21일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7년 7월 재판을 앞두고 돌연 독일 본국으로 출국했고 현재까지 한국에 오지 않고 있다. 해외 도피 20개월이 지나서야 검찰이 구인영장 검토에 나선 것이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타머 전 사장의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타머 전 사장은 2017년 7월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에 출국한 뒤 현재까지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타머 전 사장이 계속 불출석하는데 검찰은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 발부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개월 전 검찰은 타머 전 사장을 기소하면서 출국금지를 해제해줬다.

법정에서 타머 전 사장의 출국사실을 알게 된 검찰은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0개월이 지나서야 강제구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사이 비슷한 혐의로 뒤늦게 기소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등은 1심 재판이 종료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적극적인 주장이 없어 검토 안하고 있지만 필요하면 서면으로 청구하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답했다.

타머 전 사장은 건강을 이유로 한국행을 거부하고 있으며, 변호인도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타머 전 사장 측은 배출가스 인증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무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직책은 총괄사장이지만, 실제 담당 업무는 판매"라면서 "타머 전 사장은 결재 올라오는 것을 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수입차업체와 맥락이 같다. 인증서 조작 등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경영진은 '몰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차량 판매로 인한 이익은 경영진이 앞 다퉈 챙겼지만 책임은 없다는 논리다.

실제 정부는 아우디폭스바겐의 조작을 강력히 의심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 측에 디젤 차량 관련 자료를 요구해왔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이를 거부하다 조작사실이 탄로 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독일 본사 역시 한국 정부(환경부·검찰)의 자료 제공 요구에 현재까지도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평택항에 수입·판매 대기 중이던 차량의 배출가스를 측정한 결과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당시 검사 대상 차량들은 평택항에 상당히 오래 방치됐는데, 바닷가에서 소금기 있는 바람을 맞으면 차가 상한다"며 "방치된 차량을 실험한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소금기 있는 차량과 배출가스의 상관 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타머 전 사장 등 아우디폭스바겐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1년 7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환경부 변경인증을 받지 않거나 인증서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차량 7만9400대를 수입·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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