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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어린이 안전, 협력과 원칙 준수가 답이다

등록 : 2019-03-29 08:48:02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장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다 무심코 가로수들을 바라보면 군데군데 꽃봉오리가 맺혀 있다. 싱그러운 봄기운을 느낀다. 초등학교 주변에는 귀여운 어린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모습이 정겹다.

이맘때면 늘 안타까운 것이 있다. 보도가 없는 좁은 도로에 어김없이 어린 아이들이 차량과 뒤섞여 걸어 다니는 모습이다. 볼 때마다 위태롭기 짝이 없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6000여개 초등학교 중 주변에 보도가 없는 곳이 18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 보고자 지자체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를 지원해 보도 설치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 자체가 좁거나 주변 건물 등이 근접하여 공간 확보 자체가 안 되는 곳이 더 많은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곳들은 도로 가장자리에 자동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어 그 사이사이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학교 부지 줄여 통학용 보도 조성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민 끝에 관련 부처들이 머리를 서로 맞대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화단 옹벽 담장 등을 학교 안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보도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생기므로 교육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학교부지 일부를 제공받아 통학로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역의 모든 학교를 일일이 조사하여 사업 대상지를 찾아냈다. 학교와 해당 교육청에 부지 요청을 하였고 지자체의 요구를 수용한 일부 학교들은 사업을 실제로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교와 교육청에서 선뜻 부지를 내어 준다는 곳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한두 곳을 시작으로 부지를 제공해 주는 곳이 생기고 사업 추진 사례가 알려지면서 참여하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어린이 안전과 관련하여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 문제이다.

1995년 어린이보호구역 제도가 도입되면서 학교 정문과 직접 연결된 도로에는 노상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2011년부터는 이미 설치된 노상주차장도 폐지하거나 이전하도록 의무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일제 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심각했다. 전국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380곳의 노상주차장이 위법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해당 주차장을 폐지할 경우 주차난으로 인한 극심한 민원을 우려하여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새로 생긴 유치원, 어린이집 때문에 내 집 앞 주차공간이 없어진다고 하면 불편이 심해질 것이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안전에 관한 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특히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중요한 규정이 국민 불편을 이유로 무시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관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노상주차장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노상주차장 폐지 과정에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하여 대체 주차장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안전에 대한 최우선 투자대상은 어린이

그동안 정부의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 등 다양한 노력의 결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중 26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적어도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는 어린이 교통 사망사고를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조치들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단언컨대 안전에 대한 최우선 투자 대상은 어린이들이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삼국지의 ‘도원결의’처럼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실천의지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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