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서울시, 잇단 불통 논란에 '소통정책' 대폭 강화

박 시장 강조에도 불구, 불통 이미지 확산

온라인 의견청취 늘리고 평가단 운영하고

"정책엔 실패해도 소통·협치 실패는 안돼"

등록 : 2019-04-15 11:19:18

서울시가 잇따른 불통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과 소통 강화에 나섰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초부터 소통을 최우선에 두는 시정을 강조했지만 최근 들어 공무원 조직 이완과 이로부터 비롯된 '소통 부실'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 시장이 3선 피로감과 조기 레임덕 우려를 딛고 혁신·소통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15일부터 초등 돌봄 정책에 대한 시민 의견 청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토론 공간인 '민주주의 서울-서울시가 묻습니다'를 통해 오늘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시민 의견을 수렴한다. 민주주의 서울은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운영한 시민참여 플랫폼이다. 시민과 시가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시민이 직접 서울시 정책을 제안-투표-토론하는 창구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난임주사, 보건소에서 맞을 수 없나요' 토론회에 참석해 시민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시는 지난주에도 시민 의견 청취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역시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을 활용했다. 다음달 9일까지 미세먼지 대책 중 차량 강제 2부제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기로 했다.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차량 2부제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묻기 위해서다.

민주주의 서울 등 온라인 소통 외에 오프라인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시는 최근 시가 추진 중인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대해 4번에 걸친 주민 설명회 및 공청회를 가졌다. 이 역시 시 계획의 일방적 공표가 아닌 주민과 협의로 풀겠다는 시도다. 실제 주민들은 시 구상과 달리 6개의 신설역이 필요하다며 계획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의 소통 시도는 디지털 시장실 개방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시장실은 박 시장 사무실 안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서울의 모든 행정 정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는 4월부터 이를 모든 시민에게 개방, 교통·재난·문화행사·일자리·물가 등 박 시장이 보는 것과 동일한 정보를 시민들이 PC, 스마트폰, 지하철역 대형스크린 등을 통해 볼 수 있게 했다.

박 시장은 소통을 유난히 강조하는 단체장이다. 특별한 정치적 이력이 없는 그가 서울시장에 3번 당선된 힘도 '소통 능력' 때문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실제 박 시장은 간부 회의 자리에서 "정책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할 수 있어도 소통과 협치에 실패한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선 7기 이후 박 시장의 소통 이미지는 빛이 바랬다. 특히 최근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시민 소통 과정 뿐 아니라 정부 부처와 불통 이미지마저 만들었다. 을지로 노포 논란도 불통 이미지 누적에 일조했다. 문제가 불거진 지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전면재검토'에 들어간다는 박 시장 발언이 나오자 "공무원 조직이 무책임·늑장 보고 등 낡은 관행으로 되돌아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때문에 기구 신설, 플랫폼 마련만으로는 소통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 참여와 그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소통이 결여돼 있다면 무위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억지로 하는 사업, 정책은 금방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사업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구현하는 공무원이 변하지 않으면 시민이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그러면서 "촛불 시민은 정치권 뿐 아니라 행정에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체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사고를 일으킨 공무원을 일정기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높아진 시민 요구에 맞는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소통 이미지가 개선되려면 시민 소통 뿐 아니라 정부, 지자체 간 소통 강화에도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다양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위치다. 하지만 수많은 지자체들은 서울시의 권한과 재정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불통 이미지를 쌓는데는 이같은 요인도 한몫을 한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남북 균형발전이 그간 특혜를 누린데 대한 강남의 미안함에서 출발해야 하듯 서울도 전국 지자체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와 함꼐 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와 권한 이양을 두고 부딪히기 전에 열악한 지방 상황을 돌아보고 실질적인 협력·도움 방안을 찾는 모습을 앞서 실천할 때 서울시의 소통 의지가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twitter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