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주당 손해액 감정 '2810원 추정' … 투자자들 "감정 내용 부실, 결함·모순 내포"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으로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피해액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가 나왔지만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민사소송은 지난해 3월 피고인 안진회계법인이 손해액과 관련한 감정을 신청하면서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이 사실상 중단(기일 추후지정)됐다.


15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감정을 맡은 최 혁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주식회사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관련 감정보고서'를 최근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 교수는 보고서에서 "2015년 7월 15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사실이 공표되지 않았다면 추정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주가는 1만1330원"이라며 "분식회계 공표가 대우조선해양 주가에 미친 영향은 정상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인 2810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분식회계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액을 '사건연구(이벤트 스터디) 방법'을 통해 구했다. 특정 사건(분식회계)이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상의 추정 주가를 통계학적 방법으로 추정한 다음 특정 사건 발생 이후에 변동된 현실 주가를 비교해서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하는 방법이다.

그는 2015년 7월 15일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공표의 발생일이며 그 이전에는 관련 정보의 누출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분식회계의 영향이 대우조선해양의 주가에 모두 반영돼 정상상태로 회복된 시점은 정성립 사장이 손실 3조원을 2분기에 모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2015년 7월 21일의 종가 형성 시점으로 봤다. 분식회계에 따른 주가 영향이 단 6일(영업일 기준 4일)에 불과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같은 감정결과에 대해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8일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안진회계법인의 추천에 따라 실시한 감정은 전문가의 중립적·객관적 의견이라고 도저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내용이 부실하고 다수의 결함과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며 "감정인이 제출한 보고서(수정본)는 여러 수치와 표 및 그림 등 상당부분을 수정했는데 그 자체로 얼마나 허술하게 작성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는 2015년 5월 4일 회계 반영을 늦춰왔던 적자가 2015년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공시된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이런 전망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이 때문에 2015년 5월 4일부터 7월 14일까지 주가는 31%의 하락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주가하락은 분식회계가 점차 드러난 2015년 5월 4일부터 금융위원회의 조사·감리결과가 정식으로 공포된 2017년 4월 5일 이후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감정결과는 2015년 7월 21일 이후에 완전히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됐고 그 이후에 이뤄진 주가하락은 분식회계와 무관하다는 매우 파격적인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분식회계정보의 유출이 개시된 것으로 본 2015년 5월 4일부터 2015년 7월 14일까지 조선 3사의 주가를 비교하면 삼성중공업이 -6%, 현대중공업이 -19%인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31%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사건일 이전 기간 동안의 대우조선해양의 가격변화가 비정상적으로 더 큰 것이었으므로 이 변화가 사건일 이전의 정보 누출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 감정보고서는 통계적 분석없이 이러한 추정을 애써 외면한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따라 정지된 주식거래가 재개된 후 주가가 하락하다가 반등하기 직전인 2017년 11월 3일에 형성된 종가 1700원이 분식회계사실이 밝혀진 후 그로 인한 충격이 가라앉고 허위정보로 부양된 부분이 모두 제거된 정상주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의 주가하락 영향을 놓고 감정인과 투자자들 사이에 상당한 격차를 보임에 따라 재판이 재개되면 손해액 산정을 놓고 공방이 거셀 전망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준비서면과 함께 재판일을 정해달라는 '변론기일 지정 신청서'도 재판부에 제출한 만큼 조만간 재판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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