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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예금보험료 논쟁의 또 다른 해법

등록 : 2019-04-15 11:23:56

정병욱 서울시립대 교수 경영학부

요즘 예금보험료를 둘러싼 금융업계와 예금보험공사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예금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보험·저축은행 등 금융업권과 이를 막아내려는 예금보험공사가 각자 치열한 논리를 바탕으로 창과 방패를 맞부딪히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시스템내 부실금융기관이 발생하는 경우 신속한 예금지급과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투입으로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예금보험기금의 재원은 금융회사들이 납부하는 예금보험료를 통해 조달하고 있는데, 2018년 한해 동안 약 300여 금융회사들이 약 1.8조원의 예금보험료를 납부하였다.

금융업계와 예금보험공사의 기싸움 팽팽

한편 최근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요율을 부과받고 있는 보험업계와 저축은행업계는 예금보험료율 인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등을 고려시 예금보험료가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저축은행업계는 개선된 경영실적을 고려할 때 현재 보험료율 수준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예금보험료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금융업권의 요구를 예금보험공사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금보험공사는 2009년 목표기금제를 도입하여 운영 중인데 목표기금제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적정 예금보험기금 규모에 도달할 때까지는 기금을 계속 적립하되 목표 규모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예금보험료를 감액 내지 면제해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현재의 기금적립규모가 2009년에 목표로 설정했던 기금 수준에 미달해 있는 상황하에서는 예금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양측의 주장과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있는 현 상황은 흡사 치킨게임을 연상시킨다. 누구도 쉽사리 물러나지 않으려는 상황이기에 자칫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처뿐인 싸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서로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타협점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예금보험기금은 갈등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갈등을 푸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예금보험기금이 목표규모에 도달하기 위한 주된 재원은 예금보험료이지만 기적립된 기금의 운용수익도 또 다른 중요한 재원이다. 예금보험기금의 운용수익 증가는 기금규모를 확대시켜 목표기금 도달 시기를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이는 최종적으로 금융회사의 예금보험료 부담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예금보험기금은 그동안 안정성이라는 고정관념에 지나치게 얽매여 온 탓에 운용가능자산이 예금, 국공채 등으로만 제한되어 있어 평균운용수익률이 2%수준에 그치는 등 수익성을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민연금, 사학연금 및 공무원연금과 같은 기금들은 운용자산으로 국내외 거의 모든 금융상품을 포함하고 있고 이를 투자일임운용 등 전문성을 활용하는 노력을 통해 2013년부터 2017년의 최근 5년 평균 약 5%의 수익률을 실현하고 있다.

‘18년말 현재 예금보험기금의 운용 규모가 11.2조원인 점을 감안해 볼 때 만약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현재보다 1%p 증가하면 연간 약 1120억원의 예금보험기금이 증가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해당금액만큼 금융회사의 예금보험료 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예금보험공사는 향후 좀 더 적극적으로 운용가능 자산을 타 기금수준으로 확대해서 운용수익률을 적극적으로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계란을 닭으로 키워내 계란 추가로 얻는데 힘 기울였으면

얼마전 2018년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0.92%로 10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이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부터 2018년까지의 평균수익률은 5.24%이고 올해 들어서도 2월말까지 수익률이 4%에 달한다는 점은 예금보험기금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가만히 계란을 안전하게 바구니에 담아두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 이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그 계란을 병아리로 부화시키고 닭으로 키워내 계란을 추가로 얻는데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정병욱 서울시립대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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