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 100년, 임시정부 100년을 맞으며 자주 듣게 되는 명제가 "제국에서 민국으로"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임시정부에서 최고 어른인 '국로(國老)'로 모셨던 동농 김가진 선생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국권을 회복하면 제국이 아닌 민국을 세우겠다며 낡은 과거와 단절을 선언하면서도,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일어나자"고 선언함으로써 역사의 계승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김가진은 민국이라는 새로운 배에 올라탄 최고령자였고, 망해 버린 제국의 대신 중에서는 유일하게 임시정부에 합류한 분이다. 김가진은 단지 나이가 많고 벼슬이 높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갑오개혁의 주역인 그는 개화운동의 핵심으로서는 유일하게 임시정부에 참여했다. 나라가 망할 때 그가 일본이 던져 준 남작이라는 귀족 작위를 거절하지 못한 것은 그의 생에서 큰 오점이라 할 수 있지만, 일본제국의 귀족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대한민국의 평민이 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당시에 일본의 조야나 국내의 민중이나 해외의 독립운동 진영에 큰 충격을 주었다.


① 대한제국 고관 중 유일하게 '민국'의 배에 오르다 2019-04-08
② 위정척사파에서 개화파로 … 외교관의 길을 걷다 2019-04-15
③ 군국기무처 일원으로 갑오개혁의 기초를 닦다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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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대한협회 회장 맡아 근대정당 모색, 일제병탄 후 좌절되다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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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대동단원들, 김가진 명의의 포고문 들고 군자금 모금 201905-27
[마지막회] '죽을 자리'로 임정 선택 … 그의 넋은 아직도 이국을 떠돈다 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