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시정연설 분석 … 김 위원장, 5개월 만에 군 훈련 시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진짜 속내를 해독하는 일에 한미 양국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 언론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발신하려 했던 메시지를 5가지 전략으로 분석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시간벌기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통신이 소개한 5가지 전략 가운데 첫 번째는 '기다림'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얻어내는 데 실패한 이후 '대화'나 '핵실험 재개를 통한 위기 재조성'이라는 기존 선택지 대신 '기다림(wait)'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대화 무산에 대한 비난을 피하는 것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 이슈에 대한 주목도를 다시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전진해 나갈 결심이 돼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대화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전략은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좋은 관계를 거론하며 찬사를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유지를 지지하는 데 대해서는 분명히 좌절감을 느끼고 있음이 연설에 드러났다고 전했다.

셋째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비핵화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그 근거로 통신은 2800개 단어가 넘는 영어판 시정연설 원고 안에 '비핵화'라는 단어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김 위원장이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 현실'을 언급한 점을 두고 북한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를 준비하고 있다면 내놓을 만한 발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또 "자위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나라의 방위력을 계속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김 위원장이 과거 자신이 했던 '핵무기 대량생산 지시'를 넌지시 암시했다면서 그만큼 미국이 김 위원장의 시간 끌기를 허용한 데 따른 주요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네 번째로는 김 위원장이 제재 하에서 힘든 시기를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 '기다림'을 선택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없는 일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은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한편 권력 집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한국에 대한 압박'을 시정연설에 나타난 김 위원장의 마지막 전략으로 꼽았다. 이 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언급한 대목 등을 들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김정은 위원장이 5개월 만에 군 훈련을 시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1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6일 불시에 공군부대를 찾아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4월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하셨다"며 전투직일근무(당직근무)를 수행 중이던 추격습격기를 이륙시켜 비행사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조작'을 시켜보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륙과 각이한 공중전투 동작들, 착륙 등 모든 비행조작을 능숙하고 세련되게 진행하는 비행사들의 몸에 익은 비행술을 지켜보시며 조건과 환경에 구애됨이 없이 그 어떤 비행전투 임무도 훌륭히 수행할 수 있게 준비된 데 대하여 대만족을 표시하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수도의 반항공 방어임무를 믿음직하게 수행하고 있는 비행사들을 만나니 마음이 놓인다"며 "맡겨진 전투임무를 훌륭히 수행하는 불굴의 매들로 튼튼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방문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부대 앞을 지나가다 추격습격기연대(공격·폭격임무연대)의 비행훈련 실태를 요해(파악)하기 위하여 갑자기 들렀다"고 말해 방문이 불시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군사 훈련이나 무기 시험을 지도한 것은 지난해 11월 16일 보도된 신형 첨단전술무기 시험지도 이후 5개월 만이다. 군 창건 71주년을 맞아 지난 2월 8일 인민무력성을 축하 방문한 일이 있지만 이때는 군의 경제건설 참여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부대 방문에는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평해·오수용 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