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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 조기시행 우려

등록 : 2019-04-18 13:00:34

박병철 법률사무소 다민 변호사

법무부는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라는 명칭으로 단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체포된 피의자에게 무료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체포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국선 변호를 제공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국정과제로 지정했다가, 소위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 폭행, 폭언 등 강압수사가 이뤄져 허위자백을 하게 된 정황을 확인한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불법수사의 피해자를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로는 구제할 수 없다며 제도 도입을 권고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불법수사 피해자 구제 위해 급물살

현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이르러서야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새 제도 도입으로 인해 연간 8000여명의 피의자들이 수사단계에서 법률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 인권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연 단기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로 체포된 피의자를 무료변호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칫 피해자보다 범죄자 권익이 우선시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피의자가 변호인 조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적절한 변호사를 연결해 주는 제도 도입은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고려 없이 모두 세금을 들여 지원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개정안은 피의자 국선변호인 선발과 운용 주체를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정하고 있는데, 수사와 기소, 피해자와 피의자 변호를 모두 정부가 맡게 되는 모양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개정안은 피의자에 대한 변호와 기소를 법무부가 모두 담당하게 돼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한국법조인협회는 “불완전한 제도 운영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운영을 맡게 될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 노조도 제도 도입을 적극 환영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와 가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을 수행하고 있는데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운영하면 한 기관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가해자를 변호하고 피해자를 대리하게 돼 의뢰자와의 신뢰 관계에 상당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법무부는 법조계의 우려에 대해 법률구조공단은 행정과 지원 업무만을 담당하고, 국선변호는 공단에 소속되지 않은 개업 변호사에게 맡겨 피해자 지원업무와의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고, 검찰청과 법률구조공단은 별개의 기관으로 검찰의 수사나 기소여부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성숙한 논의 통한 국민 공감대 형성 필요

수사는 검찰이, 변론은 변호사가 재판은 법원이 각각 독립하여 진행하는 체계는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오랜 기간 보완을 거쳐 마련됐고 이러한 삼각체계는 공정성의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원칙이다.

피의자 국선변호인은 예외적으로 도입한 국선변호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이다. 문제 본질은 여기에 있다. 원칙에 대한 예외는 최소화해야만 하고 예외가 원칙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제도 변화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기본권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예외의 확대는 심사숙고해야 하고 섣부른 시행보다는 성숙한 논의를 통해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길 기대한다.

박병철 법률사무소 다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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