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상승한 황교안 "박근혜 석방" 앞장

태극기·대한애국당 등 보수결집 효과 기대

국정농단 심판론·보수 재분열 역풍 우려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가 성사될 경우 그 파장을 놓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을 중심으로한 보수결집을 부를수도, 거꾸로 국정농단 심판론이나 보수분열이 재차 초래되는 역풍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형집행정지냐 사면이냐 =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17일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박 전 대통령측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다"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병이 중하니 형집행을 중단하고 석방시켜달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수감됐다. 수감생활이 2년을 갓 넘긴 것이다.
최고위원회의 참석하는 황교안과 나경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네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두번째) 등 당 지도부가 1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형집행정지 여부는 서울중앙지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박 전 대통령의 몸 상태가 얼마나 위급한 수준인가가 형집행정지 여부를 결정 짓는다. 일단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디스크라는 질병이 생명을 위협할만한 질병은 아니라는 관측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연말 사면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끝나고 확정판결이 나오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중심 보수결집 기대 =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를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 정치적 파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7일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과 때를 맞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아프시고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생활을 하고 계신다"며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것을 감안해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박근혜 석방' 요구는 4.3 보궐선거 선전의 자신감을 앞세워 자신을 중심으로한 보수결집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측 유영하 변호사가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황 대표 면회 거절 뒷얘기를 공개하는 바람에 황 대표는 태극기세력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했다.

황 대표가 '박근혜 석방'에 적극 나서고 이 요구가 관철된다면 태극기와 대한애국당 등 강경보수까지 한국당 깃발 아래 결집시킬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반면 역풍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2016년 국정농단에 분노해 거리로 나섰던 '촛불민심'에 다시 불을 당기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처럼 내년 총선에도 국정농단 심판론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일부러 연말 사면을 단행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의 배경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복귀까지는 아니어도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친박과 비박간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 등 다른 비박 보수진영과의 연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공천에서 물갈이된 친박이 박 전 대통령을 앞세워 독자세력화를 꾀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공천 당시 퇴임 이후를 겨냥한 진박(진짜 친박)세력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이번에도 TK(대구경북)를 거점으로하는 '박근혜당'을 구축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황 대표측은 '박근혜 석방'에 따른 역풍 가능성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4.3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당과 보수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따른 역풍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황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를 결집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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