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다혜 / 잇콘 / 1만5000원

옷장이 터질 지경인데 정작 입을 옷이 없다. 분명 세일할 때까지 기다려 알뜰하게 쇼핑을 했건만 카드값이 늘 예산을 초과한다.

최악은 그렇게 산 옷을 입어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여전히 추레하다는 점. 그래, 예쁘지도 못할 바에야 돈이라도 아끼자. 1년간 옷 안 사기 프로젝트를 결정하기까지 저자의 생각 흐름이다.

물론 그 결정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미리 옷을 사 두기 위해 쇼핑을 나간 것이니 시작이 창대하진 않았다. 참고로 저자는 애를 낳으러 산부인과에 입원하기 전에도 꼭 갖고 싶었던 옷을 사러 가고 싶어서 입원을 잠시 늦출까를 고민할 정도로 옷을 사랑하는 여자다. 그런데 이런 분이 1년 프로젝트를 해내고야 말았다.

지름신의 강림(지금 안 사면 절대 이 가격에 이 옷을 못 살 것 같다는 느낌!), 기분전환의 유혹(스트레스에 치일 때 나를 위한 2, 3만원짜리 옷 정도는 살 수 있지 않나), 철마다 날아오는 할인안내문자(생일할인을 받기 위해 쇼핑몰마다 가짜 생일을 입력해 놨기에 철마다 할인쿠폰이 나옴), 어쩌다 얻은 백화점 상품권(옷 사기에는 애매한 액수지만 안 쓰기에는 아까운 상품권), 곧 유효기간이 끝날 적립금(지금 안 쓰면 사라진다는데 안 쓰면 바보 아냐?) 등등등. 쇼핑으로 향하게 만드는 온갖 유혹을 깡으로 악으로 때로는 피눈물을 빼며 이겨낸 저자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1년 프로젝트를 완수하기까지 저자를 찾아온 것은 뜻밖에도 내적 성찰이었다. 옷이 옷장에 쌓여 있는데 왜 그리 옷을 사재끼지 못해 안달했을까. 내가 산 것은 옷이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설렘’ 또는 ‘되고 싶은 나’였구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쇼핑금지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불필요한 것들을 비우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저자는 철저한 옷장조사 결과 1000여벌 이상의 옷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 옷을 132벌로 줄이는 과정 역시 눈물겹다.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 예쁜 애(옷)들을 정리하나 싶어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나 꼭 필요한 옷만 추려내면서 예전의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옷장을 비울수록 마음은 채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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