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제외한 4당 개혁연대 이번주 결판

여야정협의체도 '한국당 왕따'시킬 수도

"제 1야당 압박 전략 괜찮나" 내부 논란

여당과 청와대가 공직선거법·사법개혁법의 신속안건지정(패스트트랙)과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한국당에 막힌 정국을 정면돌파할 계획이다. 당위성과 여론으로 자유한국당을 몰아붙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당 왕따' 전략이 오히려 정국경색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은 이번주가 마지막 시도가 될 것 같은데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소권 범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검찰, 경찰, 판사에 대한 기소권만 인정하는 공수처법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주중 바른미래당과 협상, 결론을 지을 것"이라며 "반드시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하기 위해 지금껏 끌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미 당내 의원들에게는 일부 기소권만 인정하는 공수처법을 제안한 만큼 민주당이 그 안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만 남았다"면서 "민주당이 합의안만 가져오면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모 의원은 "이번주에 패스트트랙은 무조건 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의 개혁연대를 통한 여당과 청와대의 패스트트랙 추진은 자유한국당을 코너로 몰 가능성이 높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면 선거법이나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법안에 한국당도 동참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여론압박전략으로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은 '개혁연대'로 묶인 야 3당과 함께 추경안 통과를 압박할 생각도 있다. 6조원대로 예상되는 추경안은 24일 국무회의을 거쳐 25일에 국회로 제출될 전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다음달 10일까지 진행되는 순방에 앞서 26일에 추경안을 제안하는 시정연설을 원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한국당을 몰아세워 5월말까지는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미세먼지, 강원도 산불, 포항 지진 피해복구 등 안전예산이 상당부분 들어가 있어 한국당이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는 기대가 들어가 있는 복안이다.

당청의 한국당 압박 전략은 지난주 해외순방길에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정협의체를 열겠다"는 발언에도 담겨있다. 한국당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일단 야당에 제안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패스트트랙이후 정국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당 없는 여야정 협의체 개최 여부는)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 1 야당이 빠진 반쪽 여야정 협의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패스트트랙, 추경, 여야정협의체 과정에서 한국당을 왕따시키는 전략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여당 의석이 과반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군소정당을 모아 제 1야당을 몰아세우는 방식이 오히려 국회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패스트트랙이 성사되면 한국당은 '전면 보이콧'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추경에도 가급적 협조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재난추경과 비재난추경을 나눠 제출해달라'며 정부의 추경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신임 예결위원 명단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면 추경은 무용지물에 빠질 수도 있다.

여당 모 중진의원은 "패스트트랙은 청와대와 원내지도부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결정한 것이지만 국회 운영차원에서 보면 그런식으로 제 1 야당을 압박해서 어떤 걸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패스트트랙에 태운다고 해도 나중에 그게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효과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또다른 여당 의원은 "황교안-나경원 체제에서는 대화와 타협이 어렵다"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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