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유해 봉환

문 대통령 "조국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카자흐스탄에 잠들었던 독립운동가의 유해가 고국에 돌아왔다. 중국과 연해주를 넘나들며 조국 독립에 헌신했던 이들이 100년 만에 귀환한 것이다. 현지에 남아 있는 후손은 '살아생전 꿈이 이뤄졌다'며 반겼다. 대통령은 현지에서 유해봉환식을 주관하며 "대한민국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임무이며 독립운동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독립지사 계봉우(건국훈장 독립장) 황운정(건국훈장 애족장) 선생 내외 유해와 함께한 대통령전용기(2호기)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배웅을 받으며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을 출발한 독립지사 내외의 유해 4위는 이날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영접을 받았다. 경찰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과 대전 국립묘지로 각각 향했다.

한국 전통 의장대 지나는 계봉우 애국지사 | 21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계봉우·황운정 지사 유해 봉환식에서 계봉우 지사의 유해가 전통 군 의장대를 지나 대통령 전용기(2호기)로 향하고 있다. 누르술탄(카자흐스탄)=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할아버지 꿈이 이뤄졌다" = 문 대통령은 21일 오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유해봉환식을 주관하고 "이제야 모시러 왔다"며 "네 분을 모시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임무이며, 독립운동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겠다.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봉우 지사는 함경남도 영흥 출신으로 1911년 북간도로 이주해 국어를 가르쳤고,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에서 북간도 대표로 활동했다.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후에도 한국어 교육에 헌신하다 1956년 사망해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묘지에 묻혔다. 황운정 지사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1919년 3.1운동 이후 체포를 피해 길림성으로 망명했다. 러시아 연해주 한족 공산당의 일원으로 항일 전투를 치렀다. 계 지사는 1995년, 황 지사는 2005년 각각 건국훈장을 받았다. 계 지사의 증손녀인 이리나(35) 씨는 "(증조)할아버지께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살아생전 꿈이셨다"며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증조)할아버지의 꿈이 이뤄져 기쁘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에는 위 두명의 독립운동가 외에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최이붕(최봉설) 지사,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강연상 지사 묘소도 있다. 특히 봉오동 전투 주역인 홍범도 장군(건국훈장 대통령장)도 크질오르다 묘지에 잠들어 있다. 문 대통령과 국내의 강력한 유해봉환 의지에 따라 양국 정부가 적극적인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날 유해봉안식에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참석한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존중받는 고려인, 자랑스러워" =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카자흐스탄의 전 수도이자 경제중심도시인 알마티에서 고려인 동포들을 만나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활약 중인 기업인과 한글 교육직에 종사하는 한글학교 관계자, 고려인 동포를 비롯해 300여 명을 초대해 동포간담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은 '성실하고 정직함'을 의미한다"면서 "내 조국이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에는 1937년 이주한 고려인들의 후손 2~4세대 등 10만 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기업활동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고려인 3세인 서 엘레오노라씨는 "카자흐 전 대통령이 '고려인이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민족'이라며 '한국에 가서 배워라'고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동포 간담회를 마친 문 대통령은 고려인들의 문화·예술 공간인 고려극장을 방문했다. 193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설립된 고려극장은 고려일보(1923년)와 함께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의 자존심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인들은 극장 앞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는 현판을 걸어놓고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극장으로 입장해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을 카자흐스탄인들이 도와주는 내용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21일부터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2일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신임 카자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이한 양국관계의 발전방안을 다룬다. 또 카자흐스탄 최고권력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만나 카자흐 비핵화 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누르술탄(카자흐스탄) =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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