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박 13일간 320㎞ 도보

퇴계 귀향 450주년 기념

450년 전 서울에서 안동까지는 걸어서 얼마나 걸릴까? 요즘은 버스로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하는 거리지만 퇴계 이 황(1501~1570)은 걸어서 14일만에 도착했다.

퇴계선생은 1569년 음력 3월 4일 선조의 허락을 얻어 조정을 떠난지 14일만인 음력 3월 17일 고향인 예안의 도산(경북 안동시)에 도착했다. 벼슬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어린 임금 선조에게 '성학십도'를 바치고 귀향길에 오른 것이다.

21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 인근에서 '퇴계선생 귀향길 450주년 재현행사' 참가자들이 마지막 구간을 걷고 있다. 안동시와 도산서원 등은 9일부터 13일간 서울 봉은사에서 시작해 안동 도산서원까지 320㎞를 걷는 퇴계선생 귀향길 450주년 재현행사를 했다. 사진 경북도 제공


경북 안동시와 도산서원(원장 김병일·전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터 21일까지 13일간 서울 봉은사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 320여㎞를 걷는 퇴계선생 귀향길 450주년 재현행사를 개최했다. 재현행사는 퇴계학 전문 연구자와 유림, 후손들이 재현단을 구성해 450년 전 퇴계선생의 귀향 일정과 노정에 맞춰 진행했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구간 70㎞ 정도만 선박으로 이동했을 뿐 전 구간을 450년 전 퇴계선생의 귀향길을 그대로 따라 걸었다. 서울에서 남양주 양평 여주 충주 청풍 단양 영주를 지나 안동 도산으로 이어지는 육로 320여㎞를 걷는 여정이었다.

재현단은 지역별 도착지점에서 퇴계학 학술대회와 강연회를 개최했다. 당시 퇴계선생이 남긴 시를 읽고 퇴계선생의 학문적 깊이와 철학을 재발견하고 각 지역에 남겨진 선생의 흔적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재현행사는 21일(음력 3월 17일) 퇴계학회 회원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도산서원 입구에서 도산서원에 이르는 1㎞ 마지막 걷기 행사를 끝으로 12박 13일에 이르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450년 전 퇴계선생이 14일만에 도착한 음력 3월 17일에 맞춰 도착한 21일 마지막 걷기 여정에는 이철우 경북지사, 김병일 도산서원장, 이광호 국제퇴계학회장,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 등이 참석해 퇴계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이근필 퇴계선생 16대 종손은 도산서원 상덕사에서 열린 고유제 인사말에서 "선생은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소원했고 그것을 사명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축사를 통해 "오늘날 물질문명은 크게 풍족하고 편리해졌으나 인간성 상실 등으로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며 "퇴계선생의 마지막 귀향의 여정과 귀향하신 후 학문수양은 물론 후학을 양성하고 생활의 본보기를 보여준 선생의 삶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값진 교훈이 될 것"이라며 재현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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