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4차 정상회담 열리면 전달할 것" … 김정은 호응할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공개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가 시인하면서 '트럼프 메시지'가 김 위원장을 남북정상회담으로 불러낼 촉매제가 될지 주목된다.

미 CNN방송은 19일(미 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 메시지에는 현재의 방침(course of action)에 중요한 내용과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상황으로 이어질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이와 관련한 질문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이와 관련한 메시지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공개 메시지의 존재를 사실상 확인하면서 4차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셈이다.
김정은, 신창양어장 현지지도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평안북도에 있는 신창양어장을 현지지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7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관심을 끄는 건 두가지다. 김 위원장이 호응할 것인지와 트럼프 메시지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물론, 문 대통령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정상간 톱다운 방식 외교를 기본 축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은 북미간 냉각을 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6일에 이런 방식의 깜짝 정상회담을 가진 경험이 있다.

하지만 객관적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당장 이달 안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물리적으로도 어렵다. 김 위원장은 오는 24~25일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자간 경제협력 등 관계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대내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제재 장기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지난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 4차례나 만나며 대미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려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정상회담으로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본격 개입할 공간을 열어주며 지렛대를 강화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1년 반 이상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해온 만큼 유엔안보리의 해당 제재결의안도 해제가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푸틴발로 나올 개연성이 있다.

북한과 미국 핵심 당국자간 기싸움도 점차 날카로워지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진정한 징후'를 요구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면 두 수뇌분 사이에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라며 "멍청해보인다"는 비난까지 했다. 앞서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같은 형식의 보도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배제를 요구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협상팀을 계속 맡을 것"이라며 맞섰다.

트럼프-김정은간 담판으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합의가 가능한데 폼페이오, 볼턴이 방해꾼이라는 북한과 속도조절론에 기초한 빅딜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이란 미국이 양보할 기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 응하더라도 북미대화 재개의 발판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메시지'의 내용이 일괄타결 빅딜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남·북·미 정상간 상호신뢰가 여전하다는 정도의 공감대 외에 막힌 정국을 타개할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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