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사 현지점검

미일 정상 비핵화 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정상회담이 비핵화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미일 정상들도 이달과 내달 잇따라 접촉하면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남·북·미 정상들이 주도하던 비핵화 논의가 다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물 점검 마친 김창선 부장 |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학교 내 한 건물을 둘러본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처음 열리게 되는 북러정상회담은 24~25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개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포럼(26~27일)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이곳에 들러 북러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앞에 다가온 만큼 현지 분위기는 부산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선발대가 21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정상회담 예정지를 집중 점검하는 모습이 연합뉴스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창선 부장은 이날 오전 일행 여러 명과 함께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교 내 시설 여러 곳을 둘러봤으며, 일행 중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 총책임자인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과 임천일 외무성 부상(차관) 등의 모습도 목격됐다.

또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부장 일행은 앞서 17일과 20일에도 블라디보스토크 주요 지역을 돌며 보안상황을 점검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지난 18일 내놓은 보도문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2011년 김정은 위원장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한 뒤 8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대면이기도 하다.

그동안 러시아는 북한이 중국과만 접촉하며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면서 강한 소외감을 느껴왔다. 지난해부터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해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남북미 정상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북한은 중국과, 남한은 미국과 깊은 신뢰관계를 보여주면서 주변국 가운데 러시아와 일본이 배제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으로서는 중국 외에 또 다른 지원군이 필요하게 됐고 이것이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움직임은 미국과 일본의 잦은 접촉이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관해 상당한 소외감을 피력하던 일본이 미국을 적극적으로 붙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이달 26~27일 백악관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할 뿐 아니라 다음달 25~2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 여사가 함께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혀 미일 정상간 접촉이 두 달 연속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백악관은 아베 총리의 방미에 대한 배경설명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회담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초석으로서의 미일 동맹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노력을 포함한 북한과 관련된 최근 진전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가 모두 나서는 6자회담(남·북·미·중·일·러) 틀이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다자가 참여하는 방식은 이해관계 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해 온 톱다운 방식의 장점을 상쇄시킬 우려가 커 남·북·미 정상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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