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우리가 주춤하던 사이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점차 혁신을 주도해가는 나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올 4월 열린 제18회 상해 모터쇼에서도 명확히 확인됐다. 상해자동차, 지리자동차, 창진자동차 등 전시회에 참여한 중국기업들의 규모와 그 혁신속도가 놀랍기 때문이다.

중국 32개성별로 설립된 70여개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동력차가 급성장해가는 세계자동차 산업의 격변기를 맞이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이렇다 할 브랜드나,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전기동력차 산업에 전념했다. 처음에는 짝퉁 수준이었지만 차츰 학습, M&A 등을 통해 혁신까지 주도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로 성장

예를 들어 1995년 단 20명의 배터리회사로 창업한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BYD는 진, 송, 당, 한이라는 전기승용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기 화물차와 버스도 생산해 각 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ZOYTE는 수소경차까지 모터쇼에 내놓은 상황이다. 혁신이 어디로 얼마나 뻗어갈지 알 수 없다.

이들의 경쟁력향상은 두렵기까지 하다. 연 3000만대에 이르는 광활한 시장, 우리 대비 1/5에 불과한 임금수준, 노사분규 제로, 대부분 직원들이 20대 청년인력인 점 등 강점에 더해 여러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기업 CEO와 대화 네트워크를 가동하면서 각종 지원책도 만들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우선 중국자동차 보급은 이미 3억2000만대를 넘어서면서 시장 포화 단계에 진입하는 점이다. 점차 신규수요는 없어지고 대체수요만 남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엔 중국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미중간 무역갈등, 공유경제 확산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필자는 시장포화 접근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우려된다.

중국은 이를 인식하고, 구조조정과 해외시장 진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3400만대에 달하나 내수시장은 2800만대에 불과해 600만대를 해외에 팔아야 하는 데, 업계는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대상으로 정부 금융지원 등을 요청하고 있어 우리와의 경쟁격화가 불가피하다.

우리의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단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도요타, 폭스바겐보다도 높은 인건비,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경직성 등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어 있다. 여기에 연봉 1700만원 수준의 중국근로자들이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현재의 노사문제를 생각하면 곧 닥쳐올 침몰 위기를 모르고 일등칸과 삼등칸 손님간 갈등 상황을 그려낸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날 정도다. 임금안정, 노동유연성 제고는 물론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단기 경쟁력이 없다면 미래 대비도 없다.

둘째, 미래차를 먼 미래로 인식하는 여유도 바뀌어야 한다. 미래차는 이미 현실이다. R&D와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중요해 보인다. R&D 세액공제 폭 확대 등 R&D 제도 개편과 SW, 센서, 인공지능 등 자동차관련 스타트업 활성화도 필요하다. 전자, 정보통신, 에너지 업계와 자동차 업계간 협력 강화도 필요하다.

아울러 미래차 생산 방식도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현재 자동차 공장에서 미래차를 생산한다면 높은 인건비 차이로 인해 중국대비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할 것이다.

미래차를 먼 미래로 인식하는 여유도 바뀌어야

미취업 청년인력을 대폭 채용하는 새로운 광주형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부는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방법과 안전, 환경 등 규제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유관 부처들이 함께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의 근로자, 연구자, 경영자 그리고 정부관계자의 지혜와 협력, 그리고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