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충남대 명예교수

민물장어라 불리는 뱀장어는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하여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은 물고기이다. 뱀장어는 강이나 하구에서 자라고 바다로 회유하여 산란한다. 뱀장어속 어류(Anguilla spp)는 19종이 알려져 있으며, 생애 동안 수천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는 매우 신비로운 생태를 지니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및 대만에 분포하는 극동산 뱀장어(Anguilla japonica)는 서북태평양의 괌-사이판 서쪽 약 500km에 남북으로 열 지어 있는 마리아나 해산(海山) 근해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막 부화한 뱀장어 치어는 우리가 아는 뱀장어의 모습과는 달리 대나무 잎 모양으로 납작하고 투명한 편으로 댓잎뱀장어라 불리며 북적도 해류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회유한다.

댓잎뱀장어가 자라 대륙 사면에 이르면 길쭉한 원통형태의 실뱀장어로 변태하여 대륙붕을 회유한 후 서식지인 하천으로 소상한다. 뱀장어는 강과 하구에서 5~10년 정도 자라 성숙하면 하구를 떠나 산란장으로 돌아가 산란하고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비해 10% 이하로 감소

뱀장어는 강과 하구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어류 중 하나이나, 뱀장어의 최근 자원량은 1950년대에 비하여 10%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뱀장어 자원 감소 원인은 하구의 댐 건설로 인한 서식처 소실, 남획과 서식처의 수질 악화, 전 지구적 기후변화 등이 그 원인으로 제기되었다.

동아시아 뱀장어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에서는 중요한 수산자원이다. 뱀장어 치어인 실뱀장어는 인공부화에는 성공하였으나, 아직 대량 생산 기술을 확립하지 못하여 하구로 소상하는 자연산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할 수밖에 없는데 채포량 연변동이 심하다.

우리 국민들이 소비하는 뱀장어는 거의 대부분 양식장에서 생산된다. 국내 연간 생산량은 약 1만톤 내외로, 생산지가격(3만원/kg) 기준 연간 생산액 약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총 어류 양식산업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어종이다.

국내 실뱀장어는 1980년대에는 대량 채집되어 일본으로 수출한 적도 있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80년대부터 매년 뱀장어 자원 관리위원회를 개최하여 자원회복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오고 있다. 제시된 여러 방안 중 어린 뱀장어 방류와 뱀장어 전용 생태어도 설치가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임이 확인되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치어 방류 사업의 일환으로 뱀장어 방류를 수행하여, 소양호, 대청호 등 뱀장어가 소상할 수 없는 상류 호수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그러나 방류용 실뱀장어나 어린 뱀장어 가격이 매우 비싸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뱀장어 방류를 통한 자원회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 어도로는 뱀장어 소상 어려워

따라서 실뱀장어가 강 하구를 통해 상류로 자유로이 소상할 수 있도록 뱀장어 전용 생태어도를 설치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기되었다.

국내 하천에는 수산업 관련 법령에 따라 많은 어도가 설치되어 있으나, 대부분이 유영력이 큰 어류에 적합한 어도로 뱀장어가 오르기는 쉽지 않다. 뱀장어 생태어도는 일반 어도와는 달리 유속이 완만하고 뱀장어가 감고 오를 수 있는 솔 형태로 설치되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댐에 추가로 뱀장어 생태 어도를 설치하여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주요 강어귀에 뱀장어 전용 어도를 설치하는 것과 더불어 강 하구에서 실뱀장어 남획을 방지하여 소상하는 뱀장어를 보호하는 것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 다음세대에서는 뱀장어를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물고기가 될 수도 있다. 실뱀장어들이 본격적으로 강으로 거슬러 오르는 계절이 되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실뱀장어 자원보호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