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 청년실업. 언제부턴가 ‘청년’이라는 단어 옆에 ‘실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어느 연령대든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이겠지만 청년층은 심각한 수준이다. 흙수저 헬조선 …. 청년을 둘러싼 여건 또한 이들을 힘들게 한다. 밥값을 하고 싶어도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인구구조상 2021년까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대 후반 인구가 급격히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1971년 전남 순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마지막 선거유세 현장. 후보의 연설에 한 중학생이 주저앉아 울었다. 법관이 되겠다던 그의 꿈이 정치인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웅변을 배웠다. 필자 이야기다.

‘청년 기회의 땅, 용산’을 선언한다

정치인이 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가난한 농사꾼의 7남매 맏이로 태어나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고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고향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다. 실패한 경험이 왜 없겠는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 용산구 최초 4선 구청장으로서 이 자리에 있다.

“우리 세대도 어려웠다. 청년들은 왜 못하는가?” 기성세대의 잣대를 이들에게 들이밀 수 있을까. ‘개천에서 용이 날 기회’가 사라진 오늘이다. 그러나 청년은 축구로 말하면 미드필드다. 허리가 강해야 공격력이 높아진다. 청년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다. 시대가 변했지만, 이 명제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궁금해졌다.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기까지는 장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나 안정된 주거공간뿐만이 아니다. 청년들이 행복하게 밥값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각, 고민, 상황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기초 지방정부의 노하우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용산이 먼저 시작했다. 청년 눈높이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그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토대 마련을 위해 청년들을 직접 정책결정과정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215명 청년정책자문단을 꾸리고 지난달 6일 발대식을 열었다. 청년용산 선언문을 통해 용산이 청년들의 기회의 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인데 정작 당사자들로부터 외면받아서야 되겠나. 이들은 일자리에서부터 문화 예술 주거 교육 제도개선 등 10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들이 제안한 정책에 힘을 실어줄 마중물이 필요하다. 청년정책자문단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청년 기본 조례’가 지난달 8일 의회를 통과했다. 2022년까지 100억 규모 일자리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미 ‘일자리기금 설치·운용 조례’를 공포했다. 일반회계 출연금과 기금운용 수익금, 기타 수입금을 합쳐 올해 40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는 매년 20억원씩 기금을 모을 계획이다.

청년들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만큼이나 안정된 주거공간 확보가 필수요건이다. 용산구는 부동산 쟁점이 많은 동네인 만큼 청년층 유입이 어렵다. 청년주택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삼각지역 인근 1호 역세권 청년주택은 2021년 완공되며 2022년 남영역 인근에 2호가 들어선다. 각각 1086세대와 752세대가 입주한다.

지역과 청년의 상생,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

같은 서울에서도 용산구 상황이 다르고 옆 동네인 마포구나 성동구 상황이 다르다. 하물며 전국 226개 시·군·구는 어떻겠는가. 지리 인구분포 자연환경 등 같은 곳이 없다. 청년층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지방 소도시는 존폐 위기까지 거론된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는 하나 중앙정부의 획일화된 정책만으로는 지역도 청년도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청년과 지역의 상생이 필요하다. 용산 청년정책자문단, 서울 금천구와 서대문구, 광주 북구를 비롯한 많은 지방정부에서 추진 중인 청년네트워크 등 청년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시작점이 될 것이다. 우리 청년들이 소통을 통해 ‘넘어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지방정부이기에 가능한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