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특별전'

국내 미개봉작 상영 … 북한실상 전해

"여러분하고 비교해서 어떤 것 같아요? 영어실력이?" "훨씬 잘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비슷해요."

13일 저녁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직전에 상영한 영화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극장 맨 앞줄을 메운 초등학생들은 북녘 또래들 영어실력에 살짝 놀란 눈치다. 안 소장은 "평상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일에서 카메라가 온다니까 많은 준비를 한 것"이라며 "그래서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아이들을 다독인다.

서울구로구가 올해로 7회째인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에 남북교류 특별전을 마련했다. 주민들이 북녘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 성 구로구청장이 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 구로구가 영화를 매개로 한 남과 북 특히 어린이들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5월 열리는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에 올해는 '남북교류 특별전'을 더했다. 지난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당초 목표는 평양영화제와 교류였다. 이 성 구로구청장은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우리 마음대로 잘 안됐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지난 2월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남북 공동작품에 대한 전망이 밝았다. 구로구 관계자는 "평양영화제 프로그래머인 니컬러스 보너를 통해 남과 북 기술을 더한 애니메이션을 추진했고 통일부 승인까지 받았는데 북미회담 이후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색을 입히고 남한이 배경음악을 더한다는 구체적인 논의까지 오가던 중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대안으로 북녘 동포들의 일상을 주민들에 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김한기 영화제 이사장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 실상은 미사일과 탱크, 로봇처럼 움직이는 병사들, 가난한 어린이들, 3대 세습을 추종하는 인민 정도"라며 "격한 선전구호에 가려진 북한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에서 선정한 작품은 두편. 그 중 '북녘의…'는 부산 출신 독일인 조성형 감독이 북한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촬영한 작품이다. 전국에서 선발된 초등학생 축구 인재들은 배고픔 걱정 없이 기숙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위대한 지도자와 국무위원장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흙먼지 날리는 유치원에서 교사를 따라 찬양 율동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옷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봉제공장 취업을 '선택'한 여공, 군 간부를 꿈꾸는 농촌 학생도 관객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로구는 앞서 지난 10일 독일인 그레고르 묄러와 앤 르왈드가 감독이자 여행자로 북한 모습을 담은 '평양에서 온 편지'를 선보였다.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선전선동 가운데도 통일을 갈망하는 주민들이 등장한다. 윤기호 영화제 사무국장은 "남북교류협력 교두보를 쌓기 위해 어린이뿐 아니라 주민들이 북한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며 "홍콩 필름아트를 통해 국내 미개봉작을 선택, 자막 등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자치구 평화통일교육 지원사업 예산을 확보, 북한이탈 주민 가운데 국내 박사 1호인 안찬일 소장 강연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 안 소장은 "구로구처럼 지자체에서 남북교류 분위기를 고조시키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결국 북에도 전달된다"며 "남쪽 주민뿐 아니라 북쪽 2500만명도 함께 잘 살아야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통일이 온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9일 개막한 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는 올해 7회째로 16일 구청 광장에서 마지막 작품 상영과 함께 마무리된다. '꿈, 영화를 빛나라'를 주제로 64개국에서 1000여편을 출품했고 이 중 예심을 통과한 199편과 초청작 5편을 선보인다. 구로구는 올해 영화제 폐막과 동시에 평양영화제와 교류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성 구로구청장은 "내년에는 평양에 가서 촬영한 영화를 상영하고 합작영화를 제작하는 등 실질적인 남북교류 영화제가 성사되도록 하겠다"며 "영화를 매개로 한 교류가 진정한 평화와 변화의 물꼬를 트는 밀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