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랩, 지역경제·고령화 과제 등 해결법으로 가치 높아 … "한국 발전 가능성 커 협력 기대"

#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 위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를 푸는데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학생들은 기업의 상황을 이해하고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 노인학을 하는 학생이라면 노인문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노인을 만나 소통하고 일을 같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 노인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노인들이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사용하면서 게임프로그램을 완성했다.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박동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을 연계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사자(이용자) 참여 문제 해결 방식인 '리빙랩'을 엿볼 수 있는 말들이다. 리빙랩은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가운데 네덜란드는 지역경제, 고령화, 교육, 일자리, 도시재생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길잡이로 리빙랩을 일상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13일 서울 광화문 토즈에서 리빙랩 교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네덜란드전문가들을 만나 네덜란드의 리빙랩과 한국사회 발전에 제안하고 싶은 부분을 물었다.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토즈에서 네덜란드 리빙랩전문가 내일신문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환희·다니엘러 폰티스 실무중심 대학 교수, 프란카 빈데스하임 실무중심대학 교수, 라르스 빈데스하임 실무중심대학 리빙랩 리더강사, 모니카 폰티스 실무중심대학 교수, 맨 왼쪽에 양정윤 네덜란드교육진흥원 원장(통역)) 사진 김규철


◆"마지막 사용자의 요구를 찾아라" = 네덜란드의 다양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데 리빙랩는 일상적인 해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모니카 페허르(Monica Veeger) 폰티스 실무중심대학 교수는 "네덜란드는 (인구, 영토가)작은 나라이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을 중요시한다. 기업 학교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말한다면 네덜란드는 새로운 것을 찾고 있고, 리빙랩은 네덜란드 문제 해결에 좋은 수단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네덜란드 전문가들은 리빙랩의 키워드는 "마지막 사용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안에서도 리빙랩의 발전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다니엘러 나프스(Danielle Naafs) 폰티스 실무중심대학 교수에 따르면, 네덜란드를 받드는 9개의 산업이 있고, 7개 지역별로 묶어져 있다. 지역마다 기업과 대학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 지역은 에너지문제, 어느 지역은 의료문제 등 특정 과제와 사업들이 두드러져 진행되고 있다.

지역별로 지자체 기업 대학의 학생들이 같이 연구하고 움직이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것이 네덜란드 리빙랩의 일상 모습이다.

그럼에도 어려움 점은 있다.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다보니 자기들의 의견 목표 요구들이 있어 공통된 합의를 뽑아내는 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니카 교수는 "하지만 함께 연구 논의 하지 않으면 성장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려워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도 지자체에 사회문제 해결 방안 내기도 = 최근 네덜란드에서 리빙랩으로 해결한 사례를 들어 보자.

프란카 바커르(Franka Bakker) 빈데스하임 실무중심대학 교수에 따르면, '즈불러'시가 '가사활동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도우미들을 어떻게 하면 교육을 잘 시킬 수 있을까'라는 연구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도우미들뿐만 아니라 직업훈련 학생들도 참여시켰다. 그들의 의견을 받아 시에서는 도우미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원만히 만들 수 있었다.

라르스 호프만(Lars Hopman) 빈데스하임 실무중심대학 리빙랩 팀리더 강사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라르스는 "대학생 때 과제가 '노인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정의하는 것이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이 무엇일까 묻기도 하고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누기도 하고, 같이 생활하듯 지내기도 했다. 그 결과 노인의 좋은 삶을 정의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사회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 리포터를 지자체에 제출해 제안하기도 했다"며 "노인문제는 노인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에서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지역사회문제 참여 매우 중요 = 한국은 아직 다양한 사회문제를 정부 공무원들이나 전문가 주도로 해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 참여가 기본인 리빙랩을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모니카 교수는 "네덜란드는 회사가 이익을 만들어야 하고, 자기들 힘만으로는 되지 않으니 지자체가 함께 하기를 원하고 지자체도 좋아하는 분위기, 여기에 중앙정부가 끼어들 상황이 없다"고 말했다.

프란카 교수는 "정부가 하는 일은 트렌드가 이런 것이 있고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통계 수치나 리포트를 공개한다. 설명을 해주고 나면 지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움직인다"며 "이게 네덜란드에서는 자연스런 분위기"라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한국인들은 리빙랩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만 기업의 활동은 아주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나 활동이 주요함에도 문제해결방식은 폐쇄적이라는 것,

다니엘러 교수는 "한국의 자동차·조선산업 같은 기업은 지역경제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큰데도, 힘든 상황에서 지역민과 해결방안을 같이 모색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전문가, 기업들은 마지막 이용자인 지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대학과 교류한 네덜란드리빙랩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사회의 다이나믹한 학습 능력과 분위기를 높게 평가했다.

프란카 교수는 "건국대와 진행했는데, 처음과 달리 건국대 안에서도 수업내용이 바뀌고 교재도 바뀌는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러 교수는 "한국인들은 '이게 좋아'하면 반드시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리빙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에서 현장 목소리 반영 흐름 확산 중 = 마지막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 해결하는 리빙랩적인 사례로 네덜란드의 치매정책을 들어보자.

프란카 교수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치매노인을 행복을 추구하는 한 사람의 문제로 보지 환자로 보지 않는다. 개인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는데 그 순간마다 "그 사람이 행복한가"를 제일 중요시 한다.

치매증상이 초기인 경우 거주하는 집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좀 더 나빠진 경우, 지역 곳곳에서 치매 노인들을 안내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돌봄을 받는다. 좀 더 진행되면 케어팜이라는 곳에서 식물·동물들을 케어하면서 지낸다. 그 다음 단계로 요양원에서 개인의 상황에 맞춰 돌봄을 받고, 치매공동체마을 같은 곳에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생활하게 된다.

프란카 교수는 "치매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살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 테크놀러지가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네덜란드 리빙랩 적용에 대해 최환희 폰티스 실무중심대학 교수는 "한국도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치와 협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최근 국내에 들어와 많이 느끼게 됐다"며 "한국도 마지막 사용자의 입장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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