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로 우회도로 개설 등 계획대로 추진

진 영-박원순 소통, 어린이집 등 현안해결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둘러싼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갈등이 해결 국면에 접어 들었다. 청와대의 적극 중재까지 보태지면서 광장 조성 사업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위해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간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도시계획 변경은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해 현재 경복궁 앞을 지나는 기존 사직로의 우회도로 개설이 주된 내용이다. 경복궁 월대(궁중 의식 등에 이용되는 넓은 단) 복원을 위해 도로 선형을 변경하는 것이다. 행안부는 도로가 생길 경우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반대해왔다.

서울시 설계안에 따른 광화문광장 조감도


사직로 우회도로 개설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의 핵심 관문이다. 경복궁의 완전한 복원, 섬 구조인 광화문광장을 보행 중심 광장으로 만들려면 우회도로 설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우회도로 개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은 행안부와 광장 재조성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행안부가 시의 광장 재조성 사업을 걸고 넘어진 주된 이유는 우회도로 개설 이후 정부 청사의 어린이집, 방문자 센터 등 일부 건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어린이집 사용 문제가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청사 어린이집은 광화문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하며 정원은 300여명이다. 시는 어린이집을 비롯, 우회도로 개설로 문제가 되는 시설을 위해 대체부지와 시설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어린이집도 현 위치에서 가능한 가까운 곳으로 대체부지를 물색하기로 양측이 협의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든 것은 서울시와 행안부, 그리고 청와대까지 나선 협치 결과다. 진 영 신임 행안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른바 '케미(화학적 결합)'가 빛을 발했다. 두 사람은 실무진 협의와 별도로 수차례 통화를 나누는 등 원만한 협의에 공을 들였다. 계획 발표 하루 전인 14일 밤에도 의견 조율을 위한 두 사람의 접촉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갈등 해소에 적극 중재에 나섰다. 경복궁 완전복원, 광화문 재구조화는 현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취소됐지만 청와대 코 앞이자 대한민국 상징 공간인 광화문광장 재조성이 부처 간 갈등으로 삐걱대는 것을 방관할 수 없는 입장도 반영됐다.

광장 재조성의 핵심 매듭이 풀림에 따라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이어 시민 의견 청취, 설계안 수정·보완 등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회도로 개설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한다.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주민 열람공고가 오는 1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의견이 있는 시민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은 현재 양쪽에 도로를 끼고 있는 섬 같은 광장을 보행이 자유롭고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광장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교보생명 빌딩, 미국 대사관 방면 도로는 유지하되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는 모두 없애 광장에 편입시킬 계획이다. 경복궁 복원을 위해 우회도로를 개설하고 월대를 복원할 방침이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은 조형물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해 여론 수렴 후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그간 새로운 광화문 조성이 서울시 안대로 추진될 경우 정부서울청사가 광장에 편입돼 청사로서 기능 유지가 어렵다며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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