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미 변호사·정치학 박사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남북 관계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한반도와 한민족의 앞날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서구의 근대 민족주의가 자본주의의 산물이었다면, 한국은 3.1운동으로 인해 근대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3.1운동으로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 현행 헌법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이에 기반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3.1운동을 민족해방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 한반도 정세는 그리 밝지 않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분단으로 인해 한반도는 세계의 모순이 존재하는 현장이 되었다. 통일을 갈망했던 민족의 염원을 뒤로 하고 남북은 갈라졌고 분단체제에 들어가서는 동족상잔까지 하고야 말았다. 결국 외세에 의해 민족은 분단되었지만, 분단 후 100년이 가까운 이 시점에도 외세에 의해 대결과 동맹 속에 긴장과 긴장완화를 반복하면서 민족 스스로가 주인이 되지 못한 채 강대국에게 휩쓸리고 있다. 세계정세가 실시간 바뀜에도 우리는 민족 자체를 부정하고 분단의 고착을 방관하고 있다.

‘전체로서의 독일’ 이론 배워야

미국은 자국 내 정치상황을 우선시하며 완벽한 비핵화를, 러시아는 미국 제재에 대한 눈치 보기를,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해야 할 결단은 무엇인가.

본래 남북은 하나였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탕은 독일은 본래 하나였다는 ‘전체로서의 독일(Deutschland als Ganzes)’ 이론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전체로서의 독일’의 개념은 1990년 9월 독일문제의 최종결정에 관한 조약(Zwei-plus-Vier-Vertrag) 전문의 “베를린과 전체로서의 독일에 대해서는 2차 대전 전승 4대국의 권리와 책임, 특히 전쟁 중과 전쟁 후 이루어진 4대 전승국 관련 제 협정 및 결정에 유의하며”라는 규정에서 나온다.

우리는 갈라진 하나를 본래의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은 통일의 역량을 서로 돕고 키워야 한다. 이미 그동안의 남북 분열로 인해 양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달라졌고 이러한 이념과 제도의 차이로 인해 국민 개개인들의 분열 또한 진행됐다.

더 이상은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의 문제로 지금까지 진전된 남북 관계를 후퇴시키거나 동결시킬 수는 없다. 남북공동성명부터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까지 어렵게 온 이 길에서 우리에게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이 후퇴나 동결을 요구한다면 이제는 맞서 싸워야 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미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남한은 남북 관계의 우선적 발전이 한미평화의 기제임을 강조하며 ‘우리 민족 스스로의 정치적 지위를 결정하고 그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추구할 권리’인 민족자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UN의 대북제재가 국제사회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면, 제재의 틀 안에서 행사 가능한 인도적 지원부터 적극 재개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2017년 결의된 UN결의안 2397호 제25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도주의는 보편적 성격을 띤 제3세대 인권으로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목적으로 하는 UN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 장려할 의무가 있다.

민족적 자유 위해 싸워야

역사는 때로 작용과 반작용을 되풀이한다. 과거 남북공동성명과 6.15선언에서도 추구되었던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는 동결되거나 후퇴해왔다. 전쟁 보다 평화적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과거 동족상잔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고 지금 이렇게 어렵게 얻은 평화의 불씨를 우물쭈물하다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감상적인 갈망이기도 하지만 이 땅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와 직결된 것이다. 평화가 없이는 가난함과 배고픔, 비자유 등 모든 현실적 고통이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남북 관계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 관계의 진전을 부정해야 할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정치적 자유를 위해 싸워왔던 우리들은 이제 민족적 자유를 위해 싸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