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과 남북관계, 나아가 한반도 안보가 6월 말에 중대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로를 넘기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했던 올 연말에 갈림길을 맞게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지 두달만에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비핵화 협상 타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양보하거나 김정은에게 끌려가면 재선에 불리해질 것으로 계산해 양보불가로 맞서고 있어 긴장과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6월 말에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타개책을 마련해 어떤 입장과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북미 협상과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까지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훈련 … 김정은 지도 |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트럼프 엇갈린 계산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지 522일 만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 워싱턴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려는 협상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제임스 카라파노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워싱턴의 관심을 끌만큼 도발하되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불러오지는 않을 만큼만 위협을 가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서는 비핵화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번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키기 위해 자신을 달래려 달려오게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어 김정은 위원장에게 끌려가거나 양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미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카라파노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기본전략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무언가를 양보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분노할 때에나 최소한의 것만 준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미사일 발사에 강경입장을 누그러 뜨리거나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달 하순 방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미 백악관이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나와 신뢰를 깬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다"라면서도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아직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빅딜을 요구하며 최대압박을 유지해온 강경 입장을 바꾸거나 양보도 하지 않겠다며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시화되는 김정은 추가 도발 = 트럼프 대통령의 무시와 요지부동 전략이 뚜렷하게 지속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미사일들을 더 자주, 더 멀리 쏘는 추가 도발 행동을 감행할 것으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앤키트 판다 디플로매트 기자와 비핀 나랑 MIT대학 조교수는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미사일 시험 발사 도전이 앞으로도 이어지고 강해질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새 라운드의 미사일 도발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몇가지 전주곡을 들려주고 있다.

하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도했다는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장에 2017년 이래 처음으로 북한의 미사일 맨들로 꼽히는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전일호 김책공업대 자동화 연구소장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ICBM을 포함해 북한 미사일을 개발해온 미사일 4인방으로 불려왔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고체연료사용 미사일을 크게 진전시켰음을 알린 측면도 있어 김정은 정권이 자체 모라토리엄(발사동결) 중에도 아무 곳에서, 아무 때나 쏠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군사적, 정치적으로 두가지 중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포린 어페어즈는 밝혔다.

하나는 사전 포착해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쏠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들을 중장거리, ICBM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서 북한정권의 군사 대응력, 생존력을 높이겠다는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양국의 미사일 방어망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명시적인 약속사항은 아닌 미사일 시험 발사를 더 자주, 더 멀리 날아가도록 하는 도발적인 행동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정은의 올 연말 시한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연말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협상을 재개시키라는 데드라인(시한)을 정해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시한을 중시해 행동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벌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올 연말 시한은 아무것도 중요한게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리에 설정한 연말시한안에 무언가 미국측의 양보가 없어 교착상태가 장기화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경고한 대로 '새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포린 어페어즈에서 앤키트 판다 디플로매트 기자와 비핀 내랑 MIT대학 조교수는 "북한은 역사적으로 위협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행동을 취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3월 북한은 미사일 발사 동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후 1년후인 2006년 3월 이번과 비슷한 단거리 미사일부터 쏘고 그해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여러발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하는 도발행동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이번에는 약속이 아닌 자체 모라토리엄이었기 때문에 사전 경고도 없이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긴장을 높일 불길한 징조를 보이고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김정은 vs 트럼프 충돌 위험 =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도전에 대해 앤키트 판다 디플로매트 기자와 비핀 내랑 MIT 조교수는 김정은 위원장도 자체 최대압박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핵미사일 능력을 포기해야 제재해제가 가능하다며 무리한 빅딜만 요구하고 있는 강경 입장을 올연말안에 바꿔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야 추가 비핵화 협상과 관계개선이 가능하다며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최대 압박하는 전략이다. 초강력 제재조치로 최대한 압박해 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전략과 강대강으로 맞부딪힐 수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들간 관계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험성이 있어 한반도 안보 전체를 다시 초긴장속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라운드 미사일 도전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제든지 한반도 안보에서 긴장을 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포린 어페어즈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 180도 코스를 바꿀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하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 압박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사일을 너무 많이 너무 멀리 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배신행위로 간주해 함께 가겠다는 현재의 코스에서 완전 벗어나 최대압박을 극대화하고 나설 위험이 생긴다고 포린 어페어즈는 우려했다. 벌써 미국내 강경파들이 그런 분위기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미국정부 메신저로 나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미 알려진 대로 외교를 통한 비핵화가 아니라 힘을 통한 비핵화를 주창해온 인물이다. 볼턴 안보보좌관은 지금도 한반도 비핵화를 성사시키는 유일한 길은 북한 핵미사일의 완전폐기와 제재의 완전해제를 한꺼번에 합의하는 그랜드 바겐 뿐이며 완전포기후에나 완전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각적인 화염과 분노 2.0 회귀는 없을 듯 = 김정은 위원장이 설정한 데드라인인 올연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가 전혀 나오지 않거나 북한의 추가 도발행동으로 미국이 협상중단과 같은 강경대응을 하게 되더라도 한반도 전쟁 분위기로 다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여름 공개 표명했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다시 천명하고 무력충돌 분위기를 재연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껏해야 비핵화와 관계개선 협상 중단을 발표하고 미 재무부가 독자적인 추가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포린 어페어즈는 내다봤다. 김정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전의 무력 충돌 분위기를 재연시키기는 너무 부담스럽고 대재앙을 촉발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오히려 한반도 안보에서 소용돌이가 정점에 도달했을때 지난해 역사적인 6.12 첫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때로 전격 되돌아가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게 될 수 있다고 앤키트 판다 디플로매트 기자와 비핀 나랑 MIT대학 조교수는 전망했다.

◆6월 말 방한하는 트럼프 메시지가 분수령 =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미국의 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방한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북미협상 등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밝혔다.

닉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6월말 서울에서 대북제재를 풀기전에 북한이 모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데 합의하라는 빅딜 요구 등 강경입장을 고수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단거리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면서 연말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이른바 새길로 나가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해진 입장을 내놓으면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유연해진 입장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영변핵시설 폐기와 5대 메이저 제재해제 전부가 아닌 소규모 제재완화부터 맞교환 하자는 수정제의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닉시 연구원은 예상 했다.

대신 김정은 위원장도 핵시설 신고와 비핵화 시간표 등 로드맵에 일단 합의한 후에 이행은 단계적 주고받기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 복안을 공동 제의해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키고 진전시켜 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미 전문가들은 밝혔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