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첫 500조 돌파, 국채 GDP대비 40% 상회 … 총지출이 총수입 앞질러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다. 국가채무는 780조원을 웃돌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된다. 재정건전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증세 필요성이나 복지예산 규모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 예산은 500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고 =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예산 476조3000억원이다. 여기서 5%만 늘어도 내년 예산은 5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연평균 중기 재정지출 증가율은 7.3%다. 올해 재정지출 증가율 9.7%, 내년은 7.3%, 2021년은 6.2%, 2022년 5.9%를 반영한 수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중장기 재정건전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달 정부가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내면서 첨부한 '추경예산안이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에 미치는 효과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올해 총수입이 총지출보다 불과 1000억원 많다.

이후 2020년부터는 총수입(504조1000억원)이 총지출(504조6000억원)보다 적어져 적자예산이 되게 된다. 2021년에는 총수입(525조4000억원)보다 총지출(535조9000억원)이 10조원 이상 더 많아진다 2022년에는 총수입(547조8000억원)보다 총지출(567조6000억원)이 20조원 가까이 더 많아진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정부는 빚을 내 지출을 메워야 한다.

◆내년부터 국채비율 상승세 =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로 2018∼2022 중기재정운용 계획보다 0.1%p 더 상승하고, 내년에는 40.3%로 올라서 처음으로 40%를 돌파하게 된다. 2021년에는 41.1%, 2022년에는 41.8%로 상승해 당초 예상보다 상승속도도 빨라진다.

국가채무는 올해 731조8000억원, 내년 781조7000억원, 2021년 833조9000억원, 2022년 888조700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는 게 재정당국의 전망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2.3%, 내년 -2.3%, 2021년 -2.7%에 이어 2022년에는 -3.0%까지 확대되게 된다.

현재 재정당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0%가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0%내에서 관리하라는 것은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이기도 하다.

◆증세 논의 불가피 =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건전성 확보 노력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결국 '실탄' 확보를 위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재정당국은 경기침체 시기의 재정지출확대는 '선(先)투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적 포용 국가를 위한 예산은 결코 소모성 지출이 아닌 경제·사회 구조개선을 위한 선투자"라며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세수를 늘려 오히려 단기 재정지출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당국은 또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 국채비율이 매우 양호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국채 3조6000억원 발행)을 반영해도 39.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치가 약 110%인 것과 비교하면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

하지만 경기침체기 적극적인 재정지출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세입 확보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의 2019∼2050년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가면 국가채무는 연평균 4.6% 증가해 2050년에는 2863조8000억원, GDP 대비 85.6%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보편적 증세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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