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핵심은 검찰권력 남용 막는 것

수사권 조정되면 조사시간 단축돼 국민 인권 향상

기득권과 맞서기 위해 '수도자 같은 삶' 선택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난달 29일 그동안 검찰 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을 만나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울산지방경찰청장(2018) △경찰대학 교수부장(2017)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장(2015) △대전지방경찰청 제1부장 직무대리(2014) △대전지방경찰청 제2부장(2014) △제9대 경찰수사연수원장(2014) △경찰청 수사기획관(2011) △대통령경호실(1991)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경찰대학 학사(1기) △서대전고등학교

■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이 됐다. 수사권 조정이 왜 필요한가.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검찰개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특히 검찰개혁은 그간 각종 폐해로 인해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 중에서도 첫 번째로 제시된 사안이다.

우리 형사사법체계는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 막강한 권력을 독점하는 기형적이고 후진적 구조다. 그 결과 행사재판에서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무시돼 왔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수사권 조정을 밥그릇 싸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은 검찰이 원하는 구도다. 경찰도 권력을 가지면 남용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견제와 감시 장치가 많기 때문에 걸러지고 바로 잡힌다고 생각한다. 수사제도 개혁은 국민의 인권을 향상하고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 상호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요구다.

■ 수사권 조정안에 여러 내용이 있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다. 경찰은 독자적 수사 주체, 검찰은 기소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 제시된 정부안이 진일보하긴 했지만 수사권 조정의 최선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정부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고, 경찰에 일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까지 부여하고 있어 지금의 수사체계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한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경찰 수사권이 검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만 검찰 견제가 가능해지고 국민 인권이 보호될 수 있다.

■ 수사권 조정법안 국회통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신속처리안건 지정은 입법절차의 첫 단계다. 진행과정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찰의 인위적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 검찰 개혁의 실패로 발생한 폐해를 국민에게 적극 설명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모든 정당이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국민들이 끝까지 힘을 모아주고 지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수사권이 조정되면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제11조 1항이다. 헌법정신이 실제 생활에서 구현되면서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펼쳐질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이 소멸되면 국민들도 불필요한 이중조사에서 해방될 수 있다. 수사시간 또한 단축되고 절차도 간소화된다. 무엇보다도 무리한 자백증거 확보를 위한 강요와 협박, '먼지털이식 별건수사' 관행이 개선됨으로써 인권보호 기능이 강화되기 때문에 억울한 국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 그동안 줄기차기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경찰을 시작했던 초임 시절부터 바람직한 수사구조개혁만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사구조개혁팀장으로 일하면서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고, 체계적인 자료를 만들어 정부와 국회, 학계, 국민들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알려왔다. 때로는 저지하려는 검찰의 조직적인 반대에 맞서기도 했다.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 절대 선인 권력기관은 없다. 인권은 한 기관이 선심 쓰듯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보장받아야 하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시스템으로 통제해야 한다. 통제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다. 수사와 기소를 같이 행사하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이며, 부패의 근원이다.

■ 경찰대학 1기다. 경찰 권한 비대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질만한 역량을 갖췄다고 보는지.

경찰의 준비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 경찰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결코 아니다. 계속 강조하는데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검찰의 권력 남용과 횡포 제거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경찰권 비대화를 주장하면서 과대 포장한 논리 중 하나다. 과거에 권력의 경찰, 강자의 경찰로 비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가 수사 분야에서 모두 11개 권고안을 발표했고, 경찰청에서 2018년 이를 구체화하는 12개 개혁과제, 8개 입법 및 개헌과제 등 모두 20개 개혁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들 과제가 정착되면 경찰 수사의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 등이 향상될 것이고, 국민의 신뢰 또한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 검찰과 너무 대립각을 세워 오히려 경찰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20년 전부터 들어 온 이야기다.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옮길 때마다 '사려 깊지 않다', '신중함이 부족하다', '너무 세게 나가면 부러진다' 등 다양한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어설프게 정무적 감각을 이야기하면서 내세운 비겁함의 하나다. 기득권 깨는 작업은 파열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때 꿈으로 여겼던 일들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변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담대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앞장서서 힘을 보태고 싶다.

■ 강성 발언이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과거 정부 때 총경과 경무관을 하면서 외곽으로 빙빙 돌았다. 개혁을 하고 싶은데 돌파구가 없었다. 그 시기 정치를 생각해 봤다. 그렇다고 준비를 한 게 아니다. 지금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따라서 출마 명분이 없다. 현재는 경찰 일을 계속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경찰 선배로 남는 게 소망이다.

■ 어려운 상황에서도 줄기차게 검찰 개혁을 주장하고 움직였다. 그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상품 진열장 인형처럼 살았다. 절제를 미덕으로 자기 관리를 했다. '내가 왜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숱하게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수도자 같은 삶을 선택했다. 약간 비겁해지면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으나 한순간을 살아도 당당하게 살고 싶다.

■ 시민참여 치안활동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경찰의 존재 이유와 지향점은 시민이다. 업무 진행방향 역시 어느 기관보다 시민 친화적이어야 하며, 공개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주요활동을 시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시민홍보단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또 시민 참여를 촉진해 공동체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범죄 예방에 공헌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포상하는 '대전광역시 공동체 치안 대상'을 구상하고 있다. 또 다양한 시민들을 초청해 대전경찰의 활동사항을 설명하고,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치안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시민과 경찰협의회'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대전경찰이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경찰'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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