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에선 박근혜정부 '증세없는 복지' '재정파탄' 비판

재정건전성 위한 증세 주장 … 국민 설득·동의 과정 강조

청와대와 여당이 재정확대를 언급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위한 증세는 언급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과거 총선과 대선 등 공약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총선을 앞두고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당이 박근혜정부의 '증세없는 복지'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온 만큼 재정확대와 함께 증세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의자료 살펴보는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21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8월 7일 당시 당대표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법개정안을 보면 재벌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정상화는 고사하고 약속했던 비과세 감면 축소방안도 없다"며 "박근혜정부 들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대규모 세수부족에 대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9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40%선을 넘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면서 "새누리당 정권 8년, 박근혜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대비 40%, 73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증세'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박근혜정부는 종합적 세수확충방안 마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 등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이 없는 예산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재정확장정책과 붙어있는 증세 = 민주당은 줄기차게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증세해야 한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2014년 11월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2015년도 예산안 심사에 앞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재정건전성 회복 대책마련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내수시장을 진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2월 이용섭 비대위원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우리가 IMF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이 건전했기 때문"이라며 "국가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정부의 관리가능범위를 벗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017년 대선공약에서도 증세 계획이 나왔다. 당시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비롯해서 일자리 만들기나 많은 정책공약들 이행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그 증세는 중산층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고소득자 대기업들에 한해서 돼야 한다는 원칙은 우리당의 당론"이라고 했다.

◆세입개혁의 한계 = 막대한 재정투입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가 부상한 것은 여당과 문 대통령이 제시한 법인세, 소득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세수입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지출 절감 등 재정개혁과 세법개정, 지하경제양성화, 세외수입 확대 등 세입개혁을 단행하기로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2017년에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국세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세제개편이 이뤄져 최근 세입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으나 EITC 확대에 따른 소득세 감면증가, 지방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부가가치세입 감소 등으로 올해 세입이 지나해 대비 0.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면 (세금 감면정책인) 조세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해 향후 국세감면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증세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재정지출억제, 지하경제양성화, 감면제도 철폐 등을 통해서 증세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명제는 틀렸음이 분명히 됐다"며 박근혜정부에 향했던 2015년 2월 당시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비판이 그대로 문재인정부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국민 동의와 설득과정 필요" = 이젠 증세 논의를 거부하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했다. 문 대통령은 증세와 관련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부채의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정책자금 운용배수 증대, 중복 비효율사업에 대한 조정으로 충당하겠다.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증세하겠다"고 약속했다.

본격적인 증세 논의선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GDP대비 40%"로 보인다. 국민증세 방법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나가야 되는 순서가 있다"고 제시했다.

수도권의 여당 중진의원은 "증세 논의는 일시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계속 문제를 제기해놓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증세얘기를 계속 미루다보니 현재 정부와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 어찌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정부가 증세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껄끄럽다고 해서 계속 증세논의를 미루다보면 일본꼴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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