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노이회담 결렬 이유 공개 … "실험 없었다"며 대화 문 열어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핵시설 5곳 가운데 1~2곳만 폐기하려 해서 회담이 결렬됐다고 공개했다.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던 베트남을 떠날 때 나는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핵시설 1~2곳을 없애길 원했지만 5곳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나머지 3곳은 어쩔 것이냐. 1~2곳만 없애는 것은 좋지 않다. 합의를 하려면 제대로 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핵시설 1~2곳 폐기와 자신이 지목한 핵시설 5곳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상세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시설 5곳은 영변 이외에 평양 남부 강선 등을 꼽은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보당국은 북한내 핵시설이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영변보다 더 큰 핵시설인 강선 등 다섯 군데가 주로 거명돼 왔다.

그동안 한미 양국의 언론과 싱크탱크 등에 의해 보도된 북한 핵시설 들 중에는 영변의 2배 이상이 된다는 강선 핵시설과 우라늄 광산과 농축 시설이 모여 있는 황해북도 평산, 평안북도 박천 등이 집중 감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란의 핵 보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 "나는 전쟁으로 가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쟁은 경제를 해치고 무엇보다 사람을 죽게 한다"고 말한 뒤 북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특히 북한에 관해 "줄곧 핵실험이 있었고 줄곧 미사일이 발사됐다.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과거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그들은 지난 2년 동안 어떤 실험도 하지 않았다"며 "차트를 보면 실험 24건, 22건, 18건, 그리고 내가 취임하고 나서 잠깐은 꽤 거친 말을 주고받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실험이 없었다(no test)"라고 강조했다.

최근 벌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의 실험이 없었다고만 강조한 것을 두고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틀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자"며 북한관련 발언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결렬 당시 기자회견에서 '영변보다 플러스알파를 원했나 '라는 질문에 "더 필요했다"며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공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제2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거기에 포함되나 '라는 질문에는 "맞다. 우리는 많은 사실을 꺼냈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데 대해 그들이 놀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 핵 시설 외에도 규모가 굉장히 큰 핵 시설이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5곳 '을 언급한 것을 두고 북한에 대한 실질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그 5곳이 미 정부가 파악한 정확한 수치인지 아니면 북한내 어떤 시설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