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회의 10번, 법안 135건 처리 그쳐

3월만 일하고 넉달은 국회 문닫고 '정쟁'

"사이코패스" "김정은 대변인" 독설경쟁

최악의 국회다. 5월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본연의 임무'를 한 건 올들어 3월 한달이 고작이다. 나머지 넉달은 국회 문을 닫고 몸싸움과 막말로 허송세월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같은기간 국회는 지금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 파행에 책임을 지고 한달 세비를 반납했다.

◆계류법안 1만 4000건 넘어 = 올들어 국회는 전체 의원들을 참석대상으로 하는 본회의를 10번 여는데 그쳤다. 1월과 2월, 5월에는 여야가 싸움을 벌이느라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3월에 9번이 집중적으로 열렸고 4월에 한차례 개회됐다.

그나마 본회의 10번 가운데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의가 대부분이었고, 법안처리를 한 건 세차례가 고작이었다. 처리된 법안은 겨우 135건.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어 국민의 고통이 극에 달하자 분노한 민심에 쫓겨 3월 13일 미세먼지 대책법안 9건을 처리했다. 3월 28일 조두순법(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16건을, 4월 5일 임세원법(의료인이 직무 중 폭행으로 사망하면 가해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 등 110건을 처리했다. 전부 정치적 쟁점이 없는 법안이었다. 여야가 조금이라도 이견이 있는 법안은 손도 대지 못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1만 4106건(5월 22일 현재)에 달하는데 다섯달 동안 135건 처리에 그치면서 "국회가 자기 할 일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작년엔 국회의장이 세비반납 = 국회가 일손을 놓은 가운데 여야는 몸싸움과 막말 퍼레이드로 허송세월하는 중이다. 지난 2월 한국당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막말 퍼레이드를 시작하더니, "도둑놈들한테 국회를 맡길 수 있겠느냐"(4월 2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기자분이 '문빠' '달X'에 공격 당하고 있다"(5월 11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황교안 대표 …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5월 1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대통령께서 … 의학적 용어(한센병)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5월 16일 김현아 한국당 대변인)며 경쟁적으로 거친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21일에는 황교안 대표가 문 대통령의 5.18 기념식 발언("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을 겨냥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하는데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닌가 …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도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황 대표의 발언에 '대변인 짓'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여야가 국회 문을 닫고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국회를 겨냥한 여론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면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해 5월 14일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올들어 불과 690건의 법안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들로부터 받은 세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4월 세비를 반납했다.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이었지만 국회의장까지 나서 세비반납을 한 것이다. 여야 지도부가 돌이켜봐야 할 대목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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