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평가 기준' 명확히 해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정무적 판단이 예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회적 가치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예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과 보완과제' 보고서에서 "예타 평가 기준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신뢰성 문제와 평가 기준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평가 과정 및 결과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타 제도는 대규모 신규 재정 사업이 신중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도록 한 제도다. 대상은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고 지원이 300억원을 넘는 사업이다. 예타 제도는 1999년부터 20년간 시행되면서 불필요한 대형 사업을 사전에 차단해 재정건전성, 예산운영의 합리성, 사업선정의 투명성·공정성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지나치게 경제성 평가 비중이 높아 국가균형발전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정부가 올초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하면서 이번 기회에 예타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제도운영의 공정성 및 효율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개편방안에 따르면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 평가 비중이 줄고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이 확대된다. 수도권에서는 경제성과 정책성만으로 평가한다. 또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정책성 평가에 '정책효과' 항목을 신설하고 일자리, 주민생활여건 영향, 환경성, 안전성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같은 개편방안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로 평가될 수 있으나 평가기준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평가 비중이 감소하고 정책적 타당성,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정무적 판단이 예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정책적 타당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고 예타 과정과 결과의 공개 확대를 통해 예타 결정의 정당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예타 평가기준으로서 사회적 가치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예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가재정법'에 사회적 가치 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기준에 대한 규정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가재정법상 예타 면제 사유인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란 표현이 추상적이다보니 행정부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아울러 "톱-다운 방식의 예산편성 제도를 시행할 경우 시행부처가 타당성 조사 결과를 왜곡할 유인이 버텀-업 방식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예타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톱 다운 방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톱-다운은 중앙예산기관이 사전적으로 지출총액과 분야별·부처별 지출한도를 설정하면 그 한도 내에서 각 부처가 사업별로 재원을 배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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