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즉각 반환" … 미 "모든 유엔회원국 이행"

미국에 의해 압류된 북한 화물선을 놓고 북미 양국이 국제사회를 향한 여론전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유엔 무대에서 "즉각 반환"을 주장하자 이어 미국은 "모든 유엔회원국이 이행하고 있다"며 맞받았다. 다만 미 당국에서도 공식적인 언급은 가급적 피하는 모습을 보여, 현재 진행 중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가뜩이나 불편한 상황에서 화물선 압류사태까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외교적 부담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1일 유엔본부에서 보기 드문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정부가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고 있는데 대해 "불법 무도한 행위"라면서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김 대사는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15분간 영어로 가진 회견에서 "미국은 불법적이고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DPRK)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 정책의 산물로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공화국의 자산이자, 우리의 주권이 완전히 행사되는 영역"이라면서 "미국은 극악한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하고, 지체 없이 화물선을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화물선 압류에 대한 강력한 성토와 함께 대북제재 완화를 겨냥한 여론을 환기 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성 대사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의 행위는 '최대의 압박'을 통해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계산의 연장선에 있다"면서 "새로운 양자관계 구축을 약속한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희망과 정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를 부과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일방적 제재와 이를 제3국의 주권에 적용하는 것은 국제법에서는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화물선 압류를 법적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국내법은 분명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측의 공식반응은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대사의 기자회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연합뉴스 서면 질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의해 결정된 대로 국제적 제재는 유지되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고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을 실행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 협상을 하는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해 이번 일을 계기로 북미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미 법무부 역시 '무대응' 입장을 취했다. 법무부는 이날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법무부는 언급을 사양한다(The Department of Justice declines comment)"며 '무대응' 입장을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던 지난 9일 '북한의 석탄을 불법으로 선적하고 북한에 중장비를 수송하는 데 사용됐다'며 국제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압류했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날 선박을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미 법무부의 북한 선박 압류는 전례 없는 조치로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