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 인정

서울메트로 김 모씨 유족급여 지급 소송

대법원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대법원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2일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서울메트로 직원 김 모씨의 부인 장 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등 지급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11년 서울메트로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서울 인근 산 등산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에 부인은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김씨는 20년 동안 서울메트로에 근무했고, 재정팀장으로 세금 및 자금업무를 담당했다.

감사원은 2011년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설치공사에서 업무처리를 잘못해 약 17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을 발견하고, 김씨 등 3명에 대해 정직처분을 요구했다. 그후 김씨는 ‘승진누락’과 ‘구상권 청구’ 등을 걱정하며 자책의 나날을 보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고 사무실에서도 넋이 나가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후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망인이 평균적인 근로자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극단선택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극단선택으로 사망한 경우,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돼 극단선택을 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망인이 감사원 감사를 받기 전까지는 우울증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었으므로, 업무 외에 다른 요인으로 우울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망인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극단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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