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서울 은평구 구청장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가정의 달 ‘5월’ 하지만 최근 뉴스나 신문을 보다 보면 소설보다 더 허구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식이 부모를 해하고, 부모가 어린 자녀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패륜범죄. 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손목을 긋거나 상처를 내는 자해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족애 부재, 소통 단절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개인의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삶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사회 전반의 화두가 되고 있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우리 시대 가족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고령화 추세로 노인 가구가 급증하는가 하면 한 부모, 다문화, 재혼, 맞벌이 가정 등 갈수록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 가족 현주소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논의돼야 할 때다.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수립해야

북유럽 국가들은 일찍부터 양성 평등사회에 기반을 둔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형성했다. 스웨덴은 부모보험제도와 양성평등제도를 통해 부모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원하고 다양한 수당제도를 시행해 양육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또한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도 출산수당과 가족수당, 보육서비스와 가족 정책을 통해 여성고용률과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가족친화정책으로 인구절벽 위기를 벗어난 선진국의 사례를 우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은평구도 일찍부터 가정과 일이 양립하는 여성친화도시를 지향해 왔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양육가정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예방 동화책 발간, 은평구의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지원 정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올해부터는 여성 평등에 국한하지 않고 범위를 확대해 여성과 아이, 가족 모두가 존중받는 양성평등 정책을 펼쳐나가기 위해 여성정책과를 가족정책과로 개편하고 아동친화팀 신설, 가족 유형별 상담과 맞춤형 지원을 위해 은평구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합하는 등, 본격적인 ‘가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또 결혼부터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건강한 가정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예비부부교실’ ‘태교교실’, 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가족돌봄품앗이’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3월부터 11월까지 매월 각 동으로 찾아가는 가족 프로그램 ‘소풍’을 운영하여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사회로부터 단절되지 않도록 ‘치매가족 힐링여행’ ‘다문화 가족을 위한 돌잔치’ ‘장애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가족지원 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마을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돌봄공간 조성, 학생봉사점수와 연계한 가족 자율방범대 운영 등, 가족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가족중심사업을 점차 확대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에 따라 올해 5월 10일 ‘한부모 가족의 날’이 처음 시행됐다. 부모 홀로 생계와 양육을 책임지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송파 세 모녀와 증평 모녀 사건처럼 한 가족의 삶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관계기관이 온 힘을 모아 진짜 ‘가족을 위한’ 가족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가족정책이 지역정책의 출발

우리가 태어난 곳이자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인 ‘가정’ 그 안에서 우리는 ‘가족’을 만나 첫 관계를 맺고 사회에 필요한 규범을 배우며 성장해 왔다. 결국 지역 내 위기 가족을 발굴하고 가족관계를 개선하는 일, 가족 정책은 건강한 지역사회로 가는 첫 단추인 것이다.

이에 은평구는 건강한 가족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가족친화도시를 조성해나가고자 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가족’. 가정의 달을 맞아 가까운 가족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