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연, 중학생 4천여명 조사

남중생이 여중생보다 '성 소수자 혐오'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로 표상되는 여성혐오 현상도 남학생들 사이에서 심각했다.

3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 성교육 만족도 및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정연 측은 "혐오표현 유형별로 경험 유무를 조사한 결과, 성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며 "여학생이 '남성 비하'를 한 경험(14.7%)를 제외하고 모든 비하 표현에서 남학생이 듣거나 사용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성 소수자 비하 표현을 한 적이 있는 남학생은 15.2%로 여학생 5.1%보다 3배 높았다. 성 소수자 비하 표현을 들은 경험은 여학생 16.8%, 남학생 14.7%로 나타났다.

친구가 성소수자인 경우 '친구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고 응답한 중학생은 51.5%이나, 성별 응답 격차는 17.6%p나 됐다.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 '친구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각각 60.6%, 43.0%)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친구와 거리를 둔다' '친구와 절교한다' 등에 대한 응답률은 여학생은 8.7%인 것에 비해, 남학생은 21.8%로 큰 폭으로 차이가 났다.

패드립('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로, 부모나 조상과 같은 윗사람을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릴 때 쓰는 말)을 하거나 들은 경험도 남학생이 많았다. 패드립을 한 적이 있는 남학생은 39.3%로 여학생 11.8%보다 3배이상 높았다. 패드립을 당한 적이 있는 경우도 남학생이 53.9%로 여학생 31.3%보다 많았다.

보고서에서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여성 비하 표현 뿐만 아니라 어머니로 표상되는 여성 혐오가 심각했다"며 "전반적으로 혐오 표현이 중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남학생들에게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언어로 표현되는 혐오 역시 폭력의 일종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학생들이 성 지식을 얻는 경우는 학교 성교육 보다는 다른 경로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자 중 96.4%가 학교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 성교육 외에서 성 지식을 얻는 경우가 과반 이상이었으며, 10명 중 3명 이상은 학교 성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중학교 1~3학년생 4065명(여학생 1954명, 남학생 211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12월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5%p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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