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특별추계’를 보면 저출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 5194만명 이후, 줄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민자를 제외하고 순수 내국인으로 한정하면 내년부터 감소한다. 출산의 선행지표인 결혼건수도 지난해 25만7600명으로 전년대비 2.6%나 감소해 1972년 이후 46년만에 가장 낮다. 많은 정책들이 일정 인구수 기준으로 짜여진 현실에서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노동력 감소와 노령층 부양부담 증가, 도시 소멸 등 맞물린 문제들 때문이다.

근로자 임금 격차 개선해야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지금, 앞으로 생활환경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오늘의 행복임에도 단순히 인구수를 기준으로 국가 미래를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당장 사회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행복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제도와 인식 개선이 올바른 접근법이 아닌가 싶다.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아닌 오늘을 사는 ‘개인의 지속 가능성’이다.

그러기 위해선 첫째 생계와 직결된 근로자 임금 격차를 개선해야 한다. 젊은층이 결혼을 주저하는 것은 저임금의 불안한 고용환경과 주택마련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 중심이 비정규직 문제다. 기업은 상시고용을 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과 노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사내하청과 파견근로라는 편법을 쓴다. 이것이 노동의 질 악화와 임금 저하로 이어진다. 유럽의 전통적 복지국가에서 다양한 직업이 가능한 것은 어느 직종이든 임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이 해소될 때 사람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기업 생산성도 올라간다.

둘째 아이 돌봄 환경이 완비돼야 한다. 2018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유아가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 66.9%의 1/3인 21.1%에 불과하다.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자녀 교육과 양육비 부담 때문인데 공공성이 중요한 보육환경이 민간부문에 맡겨져 있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꿈을 포기한다. 통계청의 ‘자녀 연령별 경력단절 여성’ 조사를 보더라도 2017년 4월 기준, 7~12세 자녀의 육아 문제로 직장을 떠난 여성이 33만2000명에 이른다. 여성이 자유롭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보육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어머니는 자녀 양육과 교육을 전담하는 가부장적 관습이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남성은 혼자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여성은 똑같이 교육 받고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결혼 후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서로가 결혼을 꺼리게 된다. 가정과 직장에서 남녀 간의 공평한 가사 분담과 성별에 따라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넷째 전통적 결혼관에 대한 개념 변화다. 남녀가 꼭 결혼해 자녀를 낳아야만 가족이 아니다.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결혼을 하면 이혼이 힘들어 시민 연대계약이라는 일종의 ‘동거계약’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동거도 다른 형태의 결혼이라 여기는 것이다. 법적인 보호와 각종 혜택도 부여한다. 우리나라도 이혼과 관련된 복잡한 법적절차 등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층이 많다.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전통적 의미의 결혼에서만 찾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출산정책 패러다임을 ‘저출산’에서 ‘저출생’으로 바꿔야 한다.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의미의 저출산이라는 용어는 출생률 하락의 원인을 여성에게만 돌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저출산은 모두가 고민해야 할 사회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 돌봄 환경이 완비돼야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 비율이 미혼남성 58.8%, 미혼여성 45.3%에 불과했다. 저출산이 인구감소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현재가 행복해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불안한 미래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젊은층에게 국가 장래를 생각하라 말할 수 없다. 지금을 사는 개인에 행복감을 심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인구감소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