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지난해 여름 휴가철이 되었는데 마땅한 계획을 잡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카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3일 후에 출발하는 땡처리 상품이 있는데 갈 수 있느냐는 것. 물론 갈 수 있다고 했더니 예약을 했다고 다시 연락 왔다. 그래서 베트남 다낭을 반값도 안되는 금액으로 4박5일 여행을 다녀 올 수 있었다. 땡처리 상품은 여행사는 물론 일반 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당일 팔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없거나 떨어지는 식품이나 음식 위주 상품이 주류다. 대전의 유명한 성심당 빵집이 당일 팔다 남은 빵을 불우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총각네 야채가게가 잘 될 수 있었던 것도 당일 마감 1~2시간 전에는 남은 상품들을 떨이로 헐값처분했다. 그래야 다음날 신선한 식품을 다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호도가 낮은 시간대 승차권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

철도 기차표는 땡처리로 판매하기 쉽지 않다. 공기업이기도 하지만 유가증권인 열차승차권을 시간차이에 따라 값을 변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객수요를 빨리 확보하기 위해 사전 예약을 하는 고객에게 할인을 해 주는 방안이 강구되어 시행 했었다. 그뿐 아니라 선호도가 낮은 시간대의 승차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방안도 도입되었다. 그 전에는 사실 예약이란 제도 시행이 어려웠는데 철도회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승차권을 사전에 예매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사실 이 제도도 필자가 1987년도에 제안제도로 제안한 사안인데 당시에는 어렵다고 답을 받았는데 그 후 2년 후에 상황이 변했는지 도입되었다.

기차를 입석으로 타보면 빈자석이 가끔 있어 좌석에 앉을 때가 있는데 이 좌석이 어디까지 비어 있을까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코레일에서는 승차권을 팔다보면 서울서 부산까지 좌석이 꽉 차게 팔리면 좋지마는 중간에 잘라서 팔릴 때가 있다. 이때 중간 중간의 좌석은 팔리지 않고 비어 간다. 이걸 활용해서 판매한 승차권이 병합승차권이다. 좌석이 있는 구간만 앉아서 가고 나머지는 입석으로 가는 승차권이다. 이 방법도 땡 처리 상품 못지않게 자투리 좌석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사실 이 자투리 좌석은 각 노선별 끝단에 제일 많다. 예를 들어 서울이나 용산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광명역에서 승차하는 승객 숫자만큼 비어가는 좌석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0년도에 이 사안을 착안해서 KTX초단거리 좌석판매 방안을 제안했었다. KTX기본요금이 8400원이여서 사실 단거리라도 이 금액을 모두 내고 타기는 부담스런 가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 할인하여 4000원 정도에 판매하자고 제안했다. 어차피 이 좌석은 비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부수 익을 얻을 수 있고 가까운 도심거리의 교통분산 효과도 있을 것 같았다. 또한 KTX 이용고객을 도시내 출퇴근 통근용으로 다양화하게 적용하여 국민교통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 역시 해당부서의 담당자로부터 여러 사유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주 코레일 홍보 보도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코레일이 교통이 혼잡한 수도권 내 짧은 구간을 KTX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KTX 5000 특가’ 할인상품을 8월까지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KTX 5000 특가’는 행신↔서울·용산, 서울·용산↔광명 구간을 기본운임인 8400원에서 약 40% 할인된 5000원에 이용하는 할인 상품이다. 열차 출발 1일전부터 출발 20분전까지 구매할 수 있다. 8월 31일까지 시범 운영을 한 후, 이용 수요에 맞춰 다른 구간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식당도 혼잡한 시간 피해 오는 손님들에겐 할인

가끔씩 호텔의 변화를 언급한다. 도심의 호텔들은 휴가철이 되면 호텔에서 편안한 휴가 보내기를 홍보해 빈방을 판매한다. 요즘 식당들도 혼잡한 시간을 피해 오는 손님들에겐 할인해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다양한 고객유인책은 수요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자투리, 땡처리, 여유시간 할인 상품의 발견은 일반 공산품의 기능 혁신제품처럼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최근 가전제품들을 보면 매번 새로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 편리성을 더해준다. 기차 승차권도 우리가 모르고 있던 또 다른 이용 상품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된 상품이 더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