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용역 '컬러풀대구' 색상변경·의미부여

전문가 "수년간 수억원 투입은 예산낭비"

대구시가 지난 3년간 3억5000여만원을 들여 마련한 도시 브랜드 개선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와 시민, 민간전문기업, 대구경북연구원 등이 참여해 마련한 개선안이 기존 슬로건 문구를 그대로 유지했고 디자인의 일부 색상만 바꿔 새로운 의미만 부여해 일각에서는 예산낭비 논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15년정도 사용해 정착됐던 슬로건을 굳이 많은 예산과 시간, 인력을 투입해 변경하려는 시도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10일 도시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개선안을 마련해 7월 시의회의 심사를 거쳐 확정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로 개발된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를 그대로 사용하고 디자인의 5개 동그라미 색상 가운데 현행 검정을 빨강으로, 분홍을 보라로 색깔을 바꿨고 색깔별로 의미를 부여했다. 빨강은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역동적인 도시', 보라는 '창의와 개성이 넘치는 문화예술도시'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또 기존 색상에 채도와 명도를 바꾼 노랑은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복지도시'라는 의미를 새롭게 강조했다. 기존 파랑과 초록은 스마트와 친환경이라는 기존 의미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시는 국내외 도시 간 경쟁에 대응하고 효율적인 도시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2015년 10월부터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을 추진해 왔다.

시는 150명으로 구성된 '대구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시민모임'을 출범시켜 '정·미·최고·열정·희망'이라는 대구에 대한 5가지 핵심 키워드를 도출했으며 수차례 논의와 검토를 거쳐 나온 170여개의 슬로건 후보안 가운데 '핫플레이스 대구(Hotplace DAEGU)' 등 3~4개로 압축했고 이와 별도로 현행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에 대한 개선작업도 진행했다.

시는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대구시민와 타시도민, 외국인 등 25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핫플레이스 대구'(24.1%)를 포기하고 '컬러풀 대구' 개선안(74.8%)을 최종안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디자인전문가와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냉소적이다. 대구시 중구에 사는 김 모(58)씨는 "지난 2004년부터 15년 이상 사용해 자리잡아가고 있고 시민들과도 친숙해져 있는데 왜 갑자기 슬로건을 바꾸려고 했는 지가 의심스럽다"면서 "3년간 전문집단에 3억5000여만원을 들여 겨우 동그라미 두개의 색깔과 의미만 변경한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디자인 전문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난 2004년 12월부터 사용한 '컬러풀 대구'가 '다채로움와 통합적 사고를 통한 창조성, 지속성'을 갖춘 브랜드 슬로건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디자인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그렇다면 슬로건 전체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디자인만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예산낭비는 물론 시간적 비용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구시는 브랜드 개발 용역에 1억6700만원(매스씨앤지), 시민공감대 형성 및 관리방안 수립에 1억6500만원(대구경북연구원)을 지출했고 정작 도시브랜드 개발심화에는 2000만원(브랜드 케이스)만 사용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구 시민과 전문가들이 대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대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재확인이 이루어진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다시 확인한 의미도 있다"고 해명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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