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등 미래불안 커

전업주부 희망률 낮아

"가족위험트랙 진입"

한국 여성이 자녀 양육에 느끼는 부담감이 일본 여성보다 2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돌봄이나 노후생활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일본보다 강하고 전업주부로 살기 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의 2040세대에게 가족을 꾸리는 일은 기쁨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위험(family risk)으로 인식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은 '한국과 일본 2040세대의 결혼 및 가족 가치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자녀가 있으면 부모의 취업 및 경력 기회에 제약된다'는 질문에 한국 여성 77.2%가 동의했다. 일본 여성 35.6%보다 2배이상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경향은 남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녀가 취업에 제약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본 남성은 23.7%에 불과하지만 한국 남성은 65.0%나 됐다.

'자녀는 부모에게 재정적 부담'이라고 응답한 한국 여성은 61.2%로 일본 여성 36.6%보다 높았다. 한국 남성은 46.4%, 일본 남성 32.9%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8월 서울과 도쿄에 살고 있는 25~44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19%p다. 여정연은 "일본은 오랜기간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고 젠더이슈나 가족 변화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면서도 차별적인 특성이 있고 1990년대부터 저출산 관련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도입·추진하고 있어 비교 국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일본 여성에 비해 결혼 부담감이 크며(한국 64.0%, 일본 32.3%), 결혼보다 본인의 성취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한 비율(한국 44.4%, 일본 28.2%)이 높았다. 반면 결혼하여 전업주부로 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한국 18.8%, 일본 27.4%)은 매우 낮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양국 모두 높았지만 특히 한국여성이 도드라졌다. '노후 대비가 부족하여 경제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질문에 한국 여성 82.0%, 한국 남성 70.0%, 일본 여성 78.9%, 일본 남성 64.0%가 그렇다(매우+대체로 그렇다)고 답했다. '본인의 노후돌봄' 역시 한국 여성 71.2%, 한국 남성 55.0%, 일본 여성 68.3%, 일본 남성 57.7%가 노후에 본인을 돌봐줄 사람이 없을까봐 걱정된다고 대답, 미래 불안감이 높았다.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돌봄자)에 대한 동의도는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양국 모두 낮았다. 한국 여성 7.4%, 한국 남성 11.4%, 일본 여성 19.2%, 일본 남성 17.2%만이 '남자가 할 일을 돈을 버는 것이고 여자가 할 일은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라는 질문에 동의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계 생계는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여성 15.8%, 한국 남성 27.4%, 일본 여성 32.9%, 일본 남성 35.0%가 찬성해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를 보여줬다.

여정연은 "이번 조사는 한국의 2040세대에게 가족을 구성하는 일이 가족부담(family burden)이자 가족위험 트랙으로의 진입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저출산정책이 성평등정책, 가족정책, 고용정책, 사회복지정책과 유기적으로 추진돼 현재의 부모, 미래의 부모, 미래세대 모두에게 미래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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