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상무

2019년 한국경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격언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과 중국간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둔화되고 가장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환율은 1200원에 근접하는 등 금융 변동성이 지속되면 경제 주체들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현대 경제학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은 바이블과 같은 존재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의 자율적 조정에 의해 경제가 발전해 간다는 내용은 상식처럼 모든 사람의 뇌리에 박혀 있다. 그런데 애덤 스미스의 경제 철학을 이해하는데 더 중요한 책이 있다. 국부론보다 17년 앞서 쓴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이다. 인간의 행동이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은 책이다. 애덤 스미스는 이 책에서 “인간의 경제적 행동이 다양한 심리적 감정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이런 심리적 감정들은 이성적인 마음가짐으로 진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제주체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도덕감정론, 경제주체 심리요인 강조

경제의 심리적 요인을 강조한 도덕 감정론이 출간되고 240년 후, 미국의 대니얼 캐너먼은 이례적으로 심리학 교수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경제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심리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의 주체는 소비자 즉, 사람이지만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심리라는 것이다.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 경제 주체에 해당하는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해 왔다. 그러나 캐너먼 교수는 인간을 이성적 판단을 하는 존재보다는 비합리적이고 상식 밖의 결정을 하는 성향이 있다’고 가정, ‘행동경제학’이라는 새 학문을 태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미-중 갈등과 고령화, 청년 실업 등 많은 경제 지표가 빨간 불 일색으로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는 시점이지만, 일말의 희망을 경제주체의 심리에서 찾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경기는 심리다’라는 경제 기본원리를 생각하면 해답이 보일 것 같다.

한국은행이 최근에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7.9로 낮아졌지만, 다른 경기 지표보다 늦게 하락했다. 다른 모든 경기 지표가 하락했던 4월의 소비자 심리지수가 101.6으로 전월대비 1.8p 상승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함께 지난해 10월 100을 하회해 11월에 95.7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올해 4월에 101.6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소비와 관련된 경기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비관적인 사람들보다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지수 추이를 보면, 올해 1월까지 지속 하락하던 것이 2월부터 지속 상승하고 있다. 제조업의 업황 BSI는 1월에 67로 저점을 찍고 2월부터 지속 상승해 5월에 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 그리고 인력난·인건비 상승 등을 경영 애로 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은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미래 업황에 대한 기대감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인의 기대 심리를 높이는 것도 경기를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수출성장 기여율 하락을 소비가 보전

경제 지표가 나쁘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본다. KIET 보고서에서도 “민간소비의 활성화를 통해 소비가 수출의 성장 기여율 하락을 보전하면서 성장 견인 역할을 나누어 맡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는 소비증대에 따른 투자 유인과 고용 증대, 소득 증가라는 경제 선순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소비 증가는 기업 매출로 이어지고 투자가 촉진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생겨난다. 일자리는 소득을 발생시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달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민간 분야 투자 확산에 최대한 방점을 두고 서비스 산업 육성, 관광 활성화 등 내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아직은 살아 있는 소비 심리에 불을 당겨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