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경남 살리기' 목소리만 커

조선 자동차 발전 등 제조업 위기

"구체적 성과낼 수 있는 정책 시급"

#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열린 환경의 날 기념식과 수소 시내버스 제막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수소버스를 타고 전국 최초로 설치된 도심 패키지형 수소충전소까지 3.7㎞를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창원을 비롯한 7개 도시에서 수소버스 보급 시범사업이 시행되는데 특히, 창원 수소 버스는 전국에서 최초로 실제 운행노선에 투입된다"고 추켜 세웠다.

이날 행사 내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허성무 창원시장이 문 대통령과 '붙어' 다녔고 문 대통령도 대통령과 지자체장 그 이상의 '친근함'을 표시했다.

 

수소자동차 설명 듣는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창원 도심형 수소충전소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함께 수소 자동차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애초 대통령 일정을 논의하는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이날 대통령 창원방문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도시에서 수소 버스 한 대 개통하는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무라인에서 "경남이 제조업 불황 등으로 어렵고 김경수 지사 석방 후 위로의 뜻도 포함돼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창원방문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2.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9일 오찬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점심을 함께 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가 보석 이후 김 지사를 격려하는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고 김 지사 또한 이 대표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원해 자연스럽게 오찬 회동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김 지사가 경남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중앙당 차원의 협력요청을 했고, 이 대표 역시 이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지난달 국회에서 보석 후 처음으로 이 대표에게 인사한 뒤 편하게 식사하며 이야기하자고 해서 오늘 자리가 마련할 것"이라며"김 지사는 지역경기가 어려운 만큼 당에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식 회동은 우연찮게 한 언론에 노출되면서 자칫 '비밀회동'으로 포장될 것을 우려해 민주당에서 아예 '물타기 브리핑'을 하면서 알려졌다.

#3. 이해찬·김경수 회동 다음 날인 10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경남발전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경남도청으로 김 지사를 찾았다. 두 사람은 껴앉고 서로를 반겼다. 양 원장은 "김 지사를 보면 짠하고 아프다"며 "국회의원으로만 있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텐데, 도지사가 되고 차기 주자가 되면서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했다. 양 원장은 "경남에서 축적된 좋은 정책들이 입법으로도 반영되고 중앙정치나 예산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정부 여당의 '경남 힘 실어주기'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경남도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될 지 막막한 분위기다. 경남도는 문 대통령 방문 전 간부들에게 "정부 요청 사항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대통령에게 건의할 만한 사안을 찾지 못해 애먹기도 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만 하더라도 부산이 주요 당사자다. 부산은 '가덕신공항'이란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지만 경남은 김해신공항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공조의 한계선이다. 김경수 지사는 조만간 오거돈·송철호 시장과 함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김해신공항 문제의 총리실 이관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김 지사 취임후 남부내륙 KTX 예타면제, 부산제2신항 진해 유치, 스마타산단 선도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이 이미 해소돼 새로운 정부지원사업을 마련하는 것도 경남도의 고민거리다. 경남의 주요 기반인 제조업 위기를 돌파할 '아이템'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 혁신' 등 김 지사가 추진하는 경남경제 살리기가 다분히 장기적이고 원론적인 정책이어서 드루킹 재판 등으로 돌아서고 있는 민심을 돌리기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당장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는 지역 노동계와 협력업체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방도가 없다. 합병에 따른 고용안정과 협력업체 유지 및 이를 상시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정부에 요구한 정도다. 두산중공업 등 발전설비업체들의 위기감도 '탈원전'이란 도그마에 갇혀 해법이 막연하다.

김 지사 한 측근인사는 "김경수 지사가 실세이고 중앙에서 도와주겠다고는 하지만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한계가 많다"며 "KTX 조기착공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다듬고 있다"고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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