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북미정상회담 모색 시사 … 강경파 볼턴 보좌관 "언제든지 가능"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신경전과 기싸움으로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6.12싱가포르 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향후 관계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문답 중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들을 받아왔는데 어제 것은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very warm, very nice) 편지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관계는 매우 좋기 때문에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친서를 보여줄 수는 없다"며 구체적 내용과 전달경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김정은의 리더십 아래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훌륭하며 (지리적) 위치도 훌륭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나에게 한 약속을 지켜왔으며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았고 지하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당장이 아니라) 향후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협상에서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공개 언급은 6.12북미정상회담 1주년에 맞춰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향후 북미 협상이 재개되고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 등에 대해 언급한 대목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이 하루 전날 "김정은 위원장의 형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다"고 보도한데 대해 "그의 형과 CIA 관계에 대한 보도를 봤으나 내 임기 내에선 그런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에게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해줄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친서를 공개하고 그의 약속이행을 거듭 강조하며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미 양측이 그동안 물밑접촉을 벌여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키고 3차 북미정상 회담도 가능해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이 세 번째 정상회담도 가질 수 있다"며 "다만 열쇠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언제든지 일정을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