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논란·친박분당론에 '이미지 정치' 한계 부딪혀

"국민, 말보다 선택 주목"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미지 정치'의 한계에 부딪혔다. 당 대표는 '산토끼(중도층)'를 가리키는데 당 구성원들은 '집토끼(지지층)'에 집착하며 각자도생하는 꼴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휘말리는 모습이다.

황 대표가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은 유보한 채 말의 성찬에만 매달릴 경우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아프게 거론되는 부분은 5.18·세월호 폄훼 의원들에 대한 불완전한 징계에서 시작된 '막말' 방치다.

'5.18 유가족 폄훼'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은 경고를 받아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 지도부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원총회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모욕'으로 논란을 낳은 차명진 전 의원(당원권 정지 3개월), 정진석 의원(경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황 대표는 "독립적인 윤리위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결정을 내렸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절차 뒤에 숨어서 제 식구를 감쌌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막말에 대한 불분명한 조치는 황 대표의 거듭된 '입단속' 당부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내부 반발을 키웠다.

더 큰 문제는 여권의 '막말 프레임' 공세를 자초, 황 대표의 발걸음이 꼬였다는 점이다.

민경욱 대변인의 '천렵질' '관광' 논평 등에 대해서도 여권의 공세가 계속되자 '황 대표는 11일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말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이라고 맞받았다.

'진짜 막말'에 대해 '칼'을 들어본 적 없는 황 대표의 이날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도로 우향우' 신호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오는 7월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가 끝나는 김순례 의원에 대해 황 대표가 어떤 조치를 내리느냐로 그의 속내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태극기'로 불리는 극렬친박과의 관계정리도 피할 수 없는 숙제로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황 대표의 보다 명확한 입장표명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황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탄핵의 발단이 된 태블릿PC에 대한 의구심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적 모호성'은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유지하기 어렵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중도와 태극기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메시지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10%의 극렬세력을 위해 30%의 중원을 포기할지 아니면 그 반대를 택할지가 황 대표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결단이 없는 말의 정치는 이미지정치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은 갈수록 그의 말보다 선택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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