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약사업

복지부 '나 몰라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요구가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전·충남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광주 경남 울산 전북에 이어 수도권인 경기·인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인천지역 장애아동 가족 등은 12일 국회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인천시민 TF' 결성식을 가졌다. 결성식에 이어 토론회도 열렸다. 맹성규 국회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TF 소속 단체와 가장 먼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운동을 펼쳤던 사단법인 토닥토닥, 인천시의회,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광휘 인천시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재활의료기관의 40.2%가 수도권에 몰려있다고 하지만, 정작 재활치료가 필요한 소아 가운데 51.5%가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인천에 거주하는 19세 미만 지체·뇌병변·뇌전증 장애아동 수만 8만3738명으로, 전체 아동 가운데 17.7%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공공 인천의료원은 성인 위주라 이용할 수 없고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은 9세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민간병원에서도 10세 이상의 중증장애아동은 치료가 힘들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서울로 가서 재활치료를 받으라고도 하지만, 장애인콜을 이용할 수도 없는데다가 학교교육 등을 병행하며 치료받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지역에 공공성을 갖춘 어린이재활병원이 꼭 필요하다는 요구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채택했고,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에 9개 병원을 세우고 민간 재활인프라를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는 대폭 수정된 채 진행 중이다. 강원·경북·전북·충북 권역에 설립되는 6곳은 낮에만 치료하는 낮병동 중심의 재활의료센터로 바뀌었고, 충남·경남·전남 권역에 추진되는 병원 3곳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대전 한 곳만 병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고, 경남·전남 권역 병원은 정부 공모에 어떤 지자체도 응모하지 않아 무산 위기다. 정부는 지원 규모를 늘리려 하지 않고, 지자체는 건립 비용과 운영 적자가 부담돼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대전에서 추진되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의 경우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국가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재정부담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상되는 연간 운영적자가 30억원인데 이에 대한 부담도 고스란히 지자체가 져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니 당초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유치를 희망했던 경남·광주 등이 머뭇거리고 있다.

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은 "정부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업 추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유럽 순방에 나선 김정숙 여사는 지난 10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신 아동병원을 둘러보고 국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김 여사는 "우리나라에도 아동병동이 많이 있지만 장기간 입원 시에 교육 문제를 해결하거나 치료 기간 중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아동병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핀란드의 신 아동병원이) 대전에 건립 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지향해 나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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