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다는 게임업계 주장은 허구 … "중독예방 힘모아야"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 총회가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의 질병코드화를 결정하면서, 국내 게임산업계 등은 "근거없이 게임을 질병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21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지속가능 디지털미디어 환경개선을 위한 시민네트워크'가 13일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중독 질병코드화 결정은 중독자를 치료하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게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님에도 게임산업계 등은 왜곡 선전을 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게임중독 강화시키는 온라인게임 성인결제 한도폐지 반대 집회│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게임중독 강화시키는 온라인게임 성인결제 한도폐지 반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그동안 게임업계와 게임과몰입 예방치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의 중독적 사용에 대한 예방 및 대안적 환경을 구축해야 할 책무는 방기한 채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인 셧다운제도의 폐지에만 골몰하는 등 균형 잃은 입장을 취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업계 등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논란의 핵심은 게임사용장애가 질병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일부 아시아국가의 청소년에 국한된 연구를 근거로 제정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게임사용장애 관련 연구는 이미 질병으로 등재된 도박장애보다 2배 이상 많은 연구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북미 등지에서 50개 이상 장기추적연구와 1000편 넘는 뇌기능 이상을 확인하는 연구결과가 축적됐다. 과학적인 근거는 충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차계 전문가회의르 통해 이러한 근거를 확인했다. 결국 194개 국가가 만장일치로 '게임사용장애'를 개정될 국제표준빌병분류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게임사용장애의 원인이 게임 때문인지 개인의 문제인지 환경 탓인지 밝히지 않고 섣불리 등재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반발은 정신행동건강 문제 진단을 보면 쉽게 풀린다. '알코올 사용 장애' '우울증' 등 많은 정신행동장애들은 원인과 무관하게 병적 증상자체가 지속되는 기준에 따라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신장애와 관련될 수 있는 게임중독만 원인을 밝히자는 것은 억지주장인 셈이다.

게임사용장애 코드화가 의학계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게임세 죄악세를 징수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공중보건향상을 위한 공공기관이지 의사이익단체가 아니다.

알코올사용 장애, 카페인사용장애 등이 등재되어 있지만 소위 죄악세를 별도 부과하지는 않는다. 게임사용장애 등재가 곧 죄악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게임이 아니고,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통제,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이므로, 게임사용장애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아이들의 과도한 게임사용이 부모의 간섭과 통제를 유발한다고 입증하고 있다"며 "게임산업협회가 근거로 인용하는 자료는 논문과 같은 공식연구결과가 아닌 보고서 형태의 자의성이 높은 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게임사용장애 진단이 청소년들을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낙인찍게 될 것이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쳐 고통받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무책임하다"며 "설령 진단이 된다고 하더라고 이는 낙인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심각한 손상을 막기 위해 돕는 조치임"을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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