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곤 전남 화순군수

요즘 전남 화순군이 연구해 개발한 의제가 바로 ‘세대연대’다. 급속한 산업화, 심화하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양극화와 세대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군다나 고령화에 대비한 복지정책 확대를 두고 젊은층의 심리적 저항을 부추기면서 세대갈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유무형의 환경이 열악한 도농 복합도시는 증폭되는 갈등에 더 취약하게 노출돼 있다. 다소 생소한 세대연대는 고령화와 세대갈등에 대비하는 정책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특정 세대를 시혜나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에이지 케어(Age Care) 정책과 소극적인 세대통합 정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지방정부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세대연대와 생활SOC 정책 연계

양극화와 세대 갈등을 지역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세대연대 정책을 통해 해법을 모색한 국내 사례는 아직 없다.그래서 지난해 연구용역을 추진해 세대연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할 거점 공간 구축방안도 마련했다.

연구진 수요인식 조사에 따르면 많은 주민(응답자 73.1%)이 ‘세대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세대 문제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응답자 74.3%)고 답했다. 주민들은 이미 일상에서 세대갈등을 겪고 있었고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있었다. 세대연대를 의제로 채택하고 정책추진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세대연대 정책과 프로그램을 실행할 거점 공간조성은 정부의 생활SOC 사업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생활SOC 사업은 단순히 여러 공간을 한곳에 모아 복합건물을 짓거나 공공건물을 재배치하는 사업이 아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세대연대를 생활SOC 복합화 전략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모든 세대·계층이 교류·소통·연대하면서 복지·돌봄의 공급자이자 수요자로서 주체적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서 ‘세대연대복합센터’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말하자면, 세대연대복합센터는 화순이 중앙정부에 제안하는 의제(세대연대)이고 화순형 생활SOC 복합화 전략의 브랜드다.

공간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참여·자치·공동체 정신의 발현이다. 이 전제 조건이 충족하지 못하면, 건물 수십 동을 지어 올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저는 민선 6기와 7기 화순군수로서 ‘더불어 행복한 자치공동체’, ‘주민이 주도하는 세대연대 1번지 화순’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는 군정 운영원리와 세대연대, 생활SOC 정책 추진의 방향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파편화되고 고립된 개인들의 ‘집합체’를 넘어, 배제와 편견 없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자치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제가 군정 운영의 열쇳말을 참여·자치·공동체로 정한 배경과 같다. 주민참여·주민자치에 기반을 둔 자치공동체야말로 지역 발전의 가장 큰 동력이다.

그동안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여러 시도와 노력을 해 왔다. 성과도 있었지만 지속 가능성이 부족했고 한계도 확인했다. 자치의 경험이 더 필요하고 지원 체계도 정비하는 등 과제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가칭 ‘마을혁신지원센터’ 설립과 운영이다. 중간지원조직으로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뉴딜사업, 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농촌공동체, 사회혁신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제가 제안한 세대연대와 더 따뜻한 자치공동체는 오월정신과 맞닿아 있다.

더 따뜻한 자치공동체를 향한 여정

5월 어느 날 선물 받은 ‘5.18 배지’를 들여다보며 오월정신을 현재화하는 것은 무엇일까 곱씹었다. 이 배지의 형상은 홍성담 화백의 오월 판화 ‘횃불행진’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오월 어머니’가 머리엔 주먹밥 광주리를 이고 손에는 횃불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다. 1980년 5월 너나없이 함께 나눠 먹던 오월 주먹밥은 단순한 한 끼 밥이 아니었다. 나눔과 연대의 공동체정신이 발현이자, 궁극적으로 꿈꿨던 대동 세상을 상징한다.

오월 주먹밥같이 따뜻한 공동체가 꽃피우는 우리 동네를 꿈꾼다. 더디더라도 주민과 함께 밭을 갈고, 그 씨앗을 한 톨 한 톨 뿌리면 그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다.